시진핑 "中美, 경제·무역이든 인공지능이든 서로 도움돼야"(종합)

입력 2024-03-27 18:59
시진핑 "中美, 경제·무역이든 인공지능이든 서로 도움돼야"(종합)

베이징서 美경제계·학계 주요인사 회동…"美 등 각국 기업에 더 넓은 발전 공간 제공"

CCTV "美대표단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결코 필연이 아니다' 언급하며 미중 협력 지지"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미국 경제계와 학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중국 경제 낙관론을 설파하면서 양국 협력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국 상공업계·전략학술계 대표단을 만나 "중국 경제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다"며 "작년 중국 경제 성장률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선두였고, 세계 경제 성장률에 30% 넘게 공헌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과거 '중국붕괴론' 때문에 붕괴하지 않았고, 현재 '중국정점론'(피크차이나·중국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각) 때문에 정점에 도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중국 발전의 전망은 밝고, 우리는 저력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 기업인들을 만나 개방 확대를 약속했던 그는 이날 역시 "미국을 포함한 각국 기업에 더 넓은 발전 공간(기회)을 제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직접 투자 유치에 나섰다.

미중 관계에 대해선 '안정화'와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시 주석은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 후 외교·경제·마약·기후변화 등 영역에서 속속 소통이 재개된 일을 거론하면서 "지금 형세에서 중국과 미국의 공동이익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더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제·무역과 농업 등 전통적 영역이든, 기후변화·인공지능 등 신흥 영역이든 중국과 미국은 상대방 발전에 도움(助力)이 돼야지 방해(阻力)가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고 국제·지역 이슈를 해결하려면 중국과 미국이 협조·협력해 대국의 품을 열고 대국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마주 보고, 올바른 전략적 인식을 수립하며,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중미 관계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공존의 길을 적극 탐색하고, 중미 관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며 건강한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CCTV가 공개한 1분가량 영상을 보면 시 주석은 "이견(分岐)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며 "그러나 큰 같음을 찾으면서 작은 다름은 남겨두고(求大同, 存小異), 더 많은 공동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

CCTV는 이날 회동에 미중관계 전국위원회 에반 그린버그 이사회 의장(미국 보험사 처브 최고경영자)과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회사 블랙스톤 창립자 스티븐 슈워츠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미중기업협의회 크레이그 앨런 회장 등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CCTV는 회동에 참가한 미국 인사들을 모두 '그들'로 통칭하면서 "그들은 '중국 인민의 발전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고, 중국이 스스로의 발전 목표를 이루는 것이 세계 경제 발전·융합을 촉진할 것이라 믿는다"며 "'강대하고 번영하는 중국은 세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CCTV는 "그들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결코 필연이 아니다'라면서 '미국 기업계와 전략 학술계는 미중 양국이 층위별 왕래·교류를 강화해 상호 이해·신임·협력을 증진하고, 함께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의 힘이 약해지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표현을 미중 충돌 가능성에 빗대 유행시킨 사람은 이번 회동에 참여한 앨리슨 교수다.

이번 회동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수위가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앞서 중국은 중국 기업을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문제가 있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미국 재계 인사들과 대면한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맞아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던 작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한편, 리창 국무원 총리는 발전포럼 개막 기조연설은 했지만, 작년에 자신이 했던 글로벌 CEO들과 면담은 결국 하지 않아 '시진핑 1인 체제' 강화 속 총리 위상 하락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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