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구매 표류 끝에…아르헨, 덴마크서 중고 F-16 사기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국방부는 26일(이하 현지시간) 덴마크 정부와 F-16 전투기 구매 의향서(LOI)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일간 클라린은 루이스 페트리 아르헨티나 국방부 장관과 덴마크 트로앨스 룽두 포울센 덴마크 국방부 장관이 F-16 전투기 24대 구매 의향서에 서명했으며, 최종 구매 계약은 오는 4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체결된다고 보도했다.
총 7억달러(9400억)의 예산이 투입될 에정이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초음속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전투기 구매는 수년간 여러 가지 이유로 표류 중이었다고 현지 매체 암비토가 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덴마크 정부의 퇴역한 F-16을 구매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선 미국 조 바이든 정부와 영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1970년대부터 프랑스제 미라주 전투기의 다양한 버전을 사용했으며, 2015년 43년 만에 미라주 전투기 시스템은 더이상 운용하지 않았다.
당시 노후한 미라주 시스템을 소규모로 몇 년간 더 운영하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으나, 아르헨티나 공군은 미라주 전투기를 퇴역시키면 정치권을 압박해 새로운 전투기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투기 구매는 수년간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로 진전되지 못했다. 한때 한국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FA-50으로 결정했으나, 말비나스 전쟁(포클랜드 전쟁) 이후 아르헨티나 군사 장비 구매에 자국 제품에 대한 제재를 행사해온 영국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 전투기의 부품 일부가 영국제였기 때문에 영국의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해 아르헨티나가 한국산 전투기 도입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권 시절에는 중국 정부와의 친밀한 관계 등을 감안해 중국제 선택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극심한 경제 위기를 이유로 전투기 구매 결정을 보류했다.
그러다 지난 12월 반공·반공을 외치며 친미·친이스라엘 외교 노선을 천명한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투기 구매는 급물살을 탔으며, 아르헨티나 정부는 덴마크에서 퇴역한 미국제 F-16을 최종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로베르토 로페스 군사전문가는 23일 현지 매체 암비토에 기고한 칼럼에서 "아르헨티나가 구매하는 F-16은 블록 10, 블록 15로 초기 모델이며, 생산 연도가 1981년으로 43년이나 된 중고 전투기라고 알려졌다"면서 "이렇게 오래된 전투기를 기체 수명을 연장하면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신규 중국 JF-17을 구매했었어야 했다"며 이번 구매를 "잃어버린 기회"라고 아쉬워했다.
반면 현재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 신형 전투기보다 훨씬 저렴한 F-16 구매가 적절하며, 미국 정부가 지정학적 이유에서 아르헨티나의 전투기 구매에 수년간 제재를 가한 영국정부를 설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현지 매체 인포바에가 전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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