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낙관하지 않아'…안보리 결의에도 웃지 못하는 가자주민
"미국이 힘으로 이스라엘 안 막으면 종이 위의 잉크 불과"
"이스라엘, 이번 결정에 동의 안할 것" 회의적 반응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를 개전 이후 처음으로 채택했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가자지구 피란민 비랄 아와드는 이날 유엔 안보리 결의를 환영하면서도 이것이 휴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표결에서 거부권 행사 대신 기권을 선택한 미국의 강력한 조치 없이는 이스라엘 정부가 움직일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아와드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를 따르기를 거부한다면 이는 이스라엘의 지지자인 미국에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힘으로 이스라엘을 막지 않는다면 미국의 결정은 종이 위의 잉크에 불과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피란민인 카셈 무카다드도 이번 결의에 대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이번 결정이 효과적이고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주요 강대국들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그들의 힘을 사용하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우리의 바람일 뿐이고, 우리는 이스라엘이 이번 결정에 동의할 것이라고 그렇게 낙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당장 이스라엘은 이번 안보리 결의 직후 격하게 반발하며 하마스 섬멸 의지를 거듭 밝혔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 예정됐던 고위 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취소했다.
북부 가자시티에 머물고 있는 피란민 이하브 알-아사르는 미국의 결정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이 따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결의는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 분쟁 당사자의 존중 하에 항구적이고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았다.
안보리는 지난해 10월 개전 이래 가자지구의 휴전을 촉구 또는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해왔으나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인 미국의 세 차례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스라엘은 휴전이 하마스에만 유리할 뿐이라며 휴전에 줄곧 반대해왔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침투해 이스라엘인 1천200명가량을 살해하고 240여명을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인질로 끌고 갔다.
인질 가운데 100여명은 지난해 11월 일시 휴전 때 풀려났다. 남은 인질 중 30명 정도는 숨지고 100여명이 여전히 붙잡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를 위해 하마스를 전면 해체하고 새로운 안보 질서를 구축하겠다며 가자지구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가자지구 내에서 개전 이후 숨진 이들은 3만2천명을 넘어섰고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봉쇄 상태에서 현지 주민의 인도주의 위기는 점점 심화하고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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