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스크바 테러로 오랜 동맹국 타지키스탄과 척지나
테러 주도 피의자 4명 모두 타지크인…푸틴, 배후 색출 지시
BI "양국관계 경색 가능성"…"중앙아, 우크라전으로 러 환상 이미 깨져"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1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 피의자들이 중앙아시아 국가 타지키스탄 국적자들로 드러나면서 오랜 동맹인 양국 관계에 균열이 예상된다고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I)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은 테러 후 도주하다 체포돼 당국의 조사를 받고있는 피의자 4명이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자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에 포섭돼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IS는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의 대형 공연장 크로커스 시티홀을 급습한 무장 괴한들이 ISIS-K 조직원이라고 주장했다.
ISIS-K는 아프가니스탄에 거점을 두고 타지키스탄 등에서도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 시리아와 이라크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던 IS를 몰락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나 중앙아시아 각국의 IS 척결 노력을 지원해 온 것이 이번 테러 공격의 주된 이유로 거론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공연장 테러 배후가 IS라 하더라도 범행을 주도한 실행자들이 타지키스탄인이라는 사실이 러시아와 타지키스탄 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24일 성명을 통해 "테러리스트는 국적도, 조국도, 종교도 없다"면서 자국민 가운데 테러범이 없다는 점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전화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와 어떻게든 거리를 두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테러 배후를 철저히 색출해 처벌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러시아가 ISIS-K의 주요 근거지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타지키스탄을 그냥 내버려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아에 위치한 타지키스탄은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며 한때 소련의 일부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키우려는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지난 2004년부터 타지키스탄에 자국군 병력 약 7천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2021년 이후 러시아는 아프간에 남아있는 IS나 알카에다 세력이 중앙아시아나 러시아로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타지키스탄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러시아와 타지키스탄은 이처럼 긴밀한 관계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이번 테러로 위기를 맞게됐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중앙아 국가들은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켜보면서 러시아가 자신들을 보호할 수 없으며, 심지어 공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됐다.
타지키스탄과 더불어 CSTO에 속한 아르메니아는 작년 9월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 러시아가 중립적 입장을 지킨 데 불만을 표시하며 CSTO 참여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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