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달 첫 형사재판 일정 확정…'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형사기소 4건 중 대선前 일정 확정 유일…판사 "더 연기 안돼"
트럼프 "선거방해…선거 일정 한가운데 재판 어떻게 받나" 비판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과 관련한 형사재판이 다음 달 개시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재판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추가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석한 공판에서 예정대로 4월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 형사사건 본재판을 시작한다고 결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 4건 중 하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문서를 뒤늦게 제출해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적어도 90일 이상 연기하거나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머천 판사는 "피고인 측에 합리적인 시간이 주어졌다"며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머천 판사는 검찰의 추가 문서 제출을 고려해 재판 일정을 3월 25일에서 4월 15일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내달 15일 이후 재판이 시작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형사 피고인 자격으로 배심원단 앞에 서게 되는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현재까지 11월 대선 이전에 재판 일정이 예정된 형사사건은 이번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이 유일하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2018년 법정에서 트럼프의 지시로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를 줬다고 증언한 바 있어 이번 재판에서 핵심 증인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측은 대니얼스와의 성관계나 입막음용 돈 지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머천 판사의 결정과 검찰의 기소를 두고 "선거 방해"라고 공격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한가운데 재판을 어떻게 받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건 공평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11월 대선 이후로 형사사건 재판 일정을 미루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 외에도 대선 결과 뒤집기, 기밀문서 유출 건과 조지아주 검찰이 기소한 별건의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 사건 등 4개 형사 재판에서 88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사건은 본재판 일정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거나 지연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의혹 사건의 경우 현재 대법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면책 특권을 적용받는지 여부에 대해 심리 중이다.
조지아주 사건은 수사 검사인 네이선 웨이드 특별검사가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사장과 사적인 관계를 맺은 게 드러난 가운데 향후 재판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5월로 예정된 기밀문서 유출 사건 재판 일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전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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