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상 나몰라라…가자지구 해변에 집 짓겠다는 극우 유대인들
이스라엘 정착민 단체 "500가족이 해변 이주 신청" 주장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가자지구 전쟁으로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주민들이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렸으나 이스라엘에서는 극우 유대인 일부가 가자지구로 건너가 해변에 집을 짓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극우 유대인 정착민 단체인 '나찰라'의 다니엘라 와이스(78)는 현재 가자지구로 바로 이주할 준비가 된 500가족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찰라는 이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등에서도 수십년간 불법적으로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주도해온 단체 중 하나다.
그는 "(이스라엘 수도인) 텔아비브에 있는 지인들이 가자지구 해변에 땅을 마련해달라고 연락해온다"면서 "아름다운 해안과 황금빛 모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해변 부지는 이미 '예약'이 완료됐다는 게 이 여성의 주장이다.
국제사회는 대체로 이같은 정착촌을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땅에 직간접적으로 정착촌 건설을 밀어붙여왔다.
가자지구에도 과거 21곳의 유대인 정착촌이 있었으나 2005년 이스라엘 정부가 이를 모두 철수시켰다.
실제로 여론조사 등을 보면 대다수 이스라엘인들은 가자지구 재정착에 반대하지만 극우 성향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 등 일부 정치인은 줄기차게 가자지구 재정착을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끝나면 유대인 정착민이 가자지구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다른 국가에 재정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는 유대인 정착촌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이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점령했다. 점령지에 점령국의 주민을 이주시키는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지만 이스라엘은 이 곳에 정착촌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와이스를 비롯한 극우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를 떠나고 싶어 하며 다른 아랍 국가들이 그들을 받아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같은 주장이 '인종 청소'같이 들린다는 지적에 와이스는 "나는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 주장에 대해 BBC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를 떠나고 싶어 한다는 증거는 없으며, 가자지구 전쟁터에서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대피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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