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최남단 찾은 유엔 총장 "구호품 막는 건 잔혹 행위"(종합)
"라파 지상전은 인도적 재앙 촉발한다는 국제적 의견일치 있어"
이스라엘 외무 "구테흐스 체재 이후 유엔 반유대화"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방문해 기아 방지를 위한 원활한 구호품 반입과 휴전을 촉구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의 라파 국경검문소를 방문해 "검문소에서부터 우리는 비통한 현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의 한쪽엔 길게 줄을 선 구호품 트럭이, 또 다른 한쪽엔 기아의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며 "이는 비극 그 이상이며, 도덕적 잔혹 행위"라고 개탄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량을 늘렸으나 230만명에 달하는 가자 주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구호품이 전달되지 못하는 가자 북부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항공기를 동원해 공중에서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떨구기도 하고, 최근에는 선박을 이용해 대규모로 식량 등을 보내기도 했다.
쿠테흐스 총장이 방문한 라파는 가자 최남단 도시로 이곳에 최대 140만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가까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이어온 이스라엘은 이곳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이 은신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펴지 않고는 하마스 소탕, 인질 구출, 가자지구 발 안보 위협 해소 등 전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대대적인 시가전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라파에서 지상전이 본격화할 경우 엄청난 민간인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이스라엘을 만류하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도 라파 국경 인근 알-아리시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파에 대한 지상군 공격이 인도적 재앙을 촉발할 것이라는 데 국제사회가 명백히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구테흐스 총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구테흐스 총장은 이집트 쪽 라파 국경에 서서 가자지구 인도적 상황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구호품을 약탈하는 하마스와 테러범에 동조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를 비난하거나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썼다.
그는 이어 "구테흐스 총장 체재 출범 이후 유엔은 테러를 숨겨주고 대담하게 만드는 반유대, 반이스라엘 기구가 됐다"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