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600억원 투입해 한국 물류센터 갖겠다는 알리…진짜 속내는
글로벌 시장 겨냥한 물류 전초기지화 가능성
대규모 물량 공세에 물류인프라 종속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2억달러(약 2천632억원)를 들여 한국에 물류센터를 확보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이커머스와 물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알리바바가 한국 물류센터 구축을 공식화한 것은 2018년 국내 시장 진출 이래 6년 만이다. 한국에 물류센터를 갖추면 가격경쟁력에 배송경쟁력이 더해져 국내 이커머스에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물류센터 확보에 뛰어든 시점에 주목한다. 이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배경과도 맞물린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애초부터 한국 시장에 무게를 뒀다면 시장 진출 초기인 2018∼2019년에 대규모 물류 투자를 단행했어야 한다고 본다.
당시에는 온라인 쇼핑 연 성장률이 10%를 웃돈 데다 쿠팡이 시장지배 사업자로 부상하기 전이라 그만큼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투자 효율이 지금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인 쿠팡과 네이버가 굳건한 점유율을 확보한 가운데 규모가 작지 않은 여러 업체가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 알리익스프레스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이에 업계에선 알리익스프레스가 시장 진출 6년이 지나 물류센터 계획을 수립한 데는 한국 내수를 넘어 글로벌 관점의 투자 전략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유통·물류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부터 인천국제공항을 글로벌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가까운 중국 웨이하이나 옌타이 물류센터에서 배로 한국까지 물품을 운송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항공기로 미국, 유럽 등으로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공항이 처리한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은 9만8천560t(톤)으로 전년보다 43.1%나 증가했다. 개항 이래 역대 최대다.
화물 출발지는 99.6%가 중국이었다. 웨이하이를 포함한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출발하는 전자상거래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해당 화물은 대부분 북미(47%)와 유럽(31%)으로 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가 인천공항을 선호하는 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전 세계 183개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 물류센터까지 구축해 웨이하이 등과 연계한다면 물류 효율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중국에서 한국까지 배로 1∼2일, 인천에서 항공기로 전 세계 주요 지역까지 하루 정도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지구촌 어디든 최종 목적지까지 늦어도 닷새 안에 배송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이런 물류 이점과 글로벌 판매망을 결합해 K-푸드 수출 플랫폼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해 들어 한국 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베뉴)에 유수의 식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중국계 이커머스가 실제 한국을 글로벌 물류 전초기지로 삼는다면 막대한 직구·역직구 물량을 고려할 때 국내 물류 인프라가 이들에게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해상운송에서 자국 해운사를, 항공운수에서 자국 화물기를 각각 투입한다면 한국의 화물운송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고 종국에는 국내 물류 인프라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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