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해상 드론으로 재미 본 우크라, 지상 드론에도 눈독
"다음 '게임 체인저' 될 것"…지형 영향 커 운용 어려움도
군수업체들 "통신·센서 기술 발전으로 활용도 제고 기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전장에서 공중 및 해상 드론을 적극 활용하며 러시아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한 우크라이나가 최근 지상에도 무인 드론 투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 정부 기구인 '브레이브1'은 전쟁 발발 후 최근까지 '지상 드론'으로 알려진 '무인 지상 차량'(UGV) 50여종 이상을 테스트했다.
원격 운용이나 자율 제어에 의해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도 군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차량인 UGV는 보통 전장에서 적군 부대에 몰래 침입해 기습 공격을 가하거나 지뢰 제거 및 설치, 부상병 운송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브레이브1은 현재까지 당국에 제출된 UGV 제작 프로젝트 41건에 대해 총 56건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나탈리아 쿠시네르스카 브레이브1 최고운영책임자(COO)는 WSJ에 "무인 지상 차량은 이번 전쟁의 다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UGV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전장으로의 투입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기관총을 탑재한 우크라이나군의 UGV 한 대가 4㎞ 거리를 이동해 러시아군 부대에 침입해 300발 이상의 기습 총격을 가하며 러시아군을 놀라게 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우크라이나 국내 회사가 개발한 이 UGV는 작은 사륜형 오토바이에 기관총을 붙인 형태로,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
당시 러시아군을 공격한 뒤 다시 키이우 제5 돌격 여단에 무사히 복귀한 이 UGV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전장에 출격했다.
공격 직후 우크라이나군이 수집한 첩보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군은 UGV의 공격이 어디서 이뤄지는 것인지 파악하지 못해 큰 혼란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의 UGV 도입은 많은 국가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또 하나의 '전시 실험'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기 값싼 공중 및 해상 드론을 적극 전장에 도입해 러시아의 값비싼 무기를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전 세계에 드론 무기를 대중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과거 2차세계대전부터 프랑스, 영국 등 군사 선진국들도 UGV를 전장에 도입하기 위해 실험했지만, 지금까지는 비용 대비 큰 효과를 본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싱크탱크 왕립연합군연구소의 트레버 테일러 국장은 "지상은 공간이 넉넉한 바다나 공중에 비해 무인 드론을 운용하기에 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UGV 제작에 돌입한 무기 업체들은 최근의 통신·센서 기술 발전이 UGV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 중인 의료 및 지뢰 제거용 UGV 15대를 제작한 에스토니아의 로봇 차량 제조업체 밀렘은 UGV가 일반 구급차와 달리 추가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 없이 최전선까지 부상병 운송을 위해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공중 드론이나 해상 드론과 마찬가지로 지상 드론도 저렴한 부품과 단순한 제작 과정으로 최상의 효용을 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쟁터의 상황에 더해 서방의 군사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자체적으로 무기 수급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제작 업체 라텔 소속 한 엔지니어는 WSJ에 "우리는 쓰레기일지라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다 사용하려고 한다. 값비싼 장비가 생기기만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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