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참석한 헝가리 총리 "푸틴 재선 축하"

입력 2024-03-22 02:46
EU 정상회의 참석한 헝가리 총리 "푸틴 재선 축하"

총리실 대변인, 회의 도중 SNS 게시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EU 정상회의 당일인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선 압승을 축하하며 EU와 또 한 번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헝가리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온 이후 오르반 총리는 푸틴의 재선을 축하했으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헝가리와 러시아 협력은 어려운 지정학적 상황에서도 중요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또 "평화에 대한 헝가리의 의지와 국제법에 제한되지 않는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심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총리실 대변인의 게시물은 오르반 총리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하던 중 올라왔다. 당시 정상회의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대한 논의가 오가던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회원이지만 친러 성향으로 그간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관련 의사결정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공개 축하'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정상회의장에서 나온 EU 다른 회원국 정상들의 러시아 대선 발언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가령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대선에 대해 "선거라고 부르는 것을 거부한다. 나는 그것을 '특별 임명 작전'이라고 부른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르는 것에 빗댄 것이다.

EU도 지난 18일 성명에서 러시아 대선이 "매우 제한적인 환경에서 치러졌다"며 "러시아가 일시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강행된 소위 '선거' 결과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

오르반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장에서도 또 한 번 EU의 움직임에 반기를 예고했다.

오르반 벌라주 헝가리 총리실 정책보좌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으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활용하려는 집행위 계획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결자산 수익금을 활용하더라도 군사 지원은 하지 않거나 혹은 헝가리가 EU의 어떠한 무기 구입 계획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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