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임금도 올라야…日정부, 불공정 하도급 개선 본격화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 대기업들이 상당한 수준의 임금 인상에 나선 가운데 중소기업의 인상 여력을 뒷받침하고자 일본 정부가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본격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다고 21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임금인상과 물가상승의 선순환으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탈출하려면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대기업이 원가 부담 등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관행을 개선해 하도급 업체의 적절한 이익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정부는 이미 작년 11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상 때 인건비 증가분 등을 적정하게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 새 지침을 공표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잇달아 적발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하도급 업체 대금을 일방적으로 인하한 닛산자동차를 하도급법 위반으로 적발, 권고 조처했다.
이어 12일에는 일본 내 코스트코를 운영하는 '코스트코 홀세일 재팬', 15일에는 중고차 판매 체인 빅모터에 각각 유사한 조처를 했다.
공정위가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하도급법 위반에 대해 취한 권고 조처 건수는 12건으로, 과거 10년간 최다 수준이다.
지난 15일에는 하도급 기업과 협의하지 않은 채 거래 가격을 동결했다는 이유 등으로 다이하쓰공업과 교세라 등 10개사의 이름을 법령 위반 혐의 확정 전에 이례적으로 공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올해 들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 업체에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기업을 조사하는 전담팀 인원도 100명으로 늘렸다. 이 전담팀이 창설된 2022년에는 16명에 불과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공정위가 중소기업의 임금인상에 방해가 되는 상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물가와 임금의 상승을 통한 경제 선순환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막는 요인을 조기에 시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대기업은 올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임금 인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노동조합 위주로 구성된 일본 최대 노조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지난 15일 집계한 평균 임금 인상률은 5.28%로 작년 같은 시점보다 1.48%포인트 높았다. 앞서 렌고가 최종 집계한 지난해 임금 인상률도 평균 3.58%로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3%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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