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법원, "LGBT는 극단주의 조직활동" 주점 직원 2명 구속허가

입력 2024-03-21 10:15
러 법원, "LGBT는 극단주의 조직활동" 주점 직원 2명 구속허가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단체 처벌법 도입 후 첫 사건

우크라 침공 후 '타락한 서방가치'와 대결 점점 강조 추세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에서 대법원이 성소수자(LGBT) 운동을 '극단주의 활동'으로 규정해 불법화한 후 처음으로 관련 법률 위반 혐의로 성소수자 주점 직원 2명이 구속됐다.

러시아 타스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랄 지역 오렌부르크시 법원은 20일(현지시간) 극단주의 활동 혐의로 체포된 관내 성소수자 바 '포즈'의 남성 예술감독과 여성 관리인에 대한 구속을 허가했다.

이들은 5월 18일까지 구금되고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법원은 밝혔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비전통적 성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러시아에서금지된 'LGBT 국제대중운동'의 견해와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사전공모해 단체로 활동하면서 포즈 바를 운영해 온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술 감독 알렉산드르는 여장 남성 배우들을 모집해 그들과 모임을 갖고, 바 방문객들에게 비전통적 성관계를 선전했으며, 관리인 디아나는 (비전통적 성관계 내용을 포함하는) 공연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공연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현지 경찰은 이달 초 지역 사회활동가들의 신고를 받고 심야에 포즈 바를 급습해 직원들과 방문객들을 체포했다.

러시아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극단주의적 성격을 가진 'LGBT 국제 대중 운동'의 러시아 내 활동을 금지해 달라는 법무부의 행정소송을 받아들여 이 운동을 불법화하는 판결을 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가 LGBT 운동에 모호한 정의를 설정해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거나 단순히 관련 단체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오렌부르크 법원 판결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LGBT 관련자들과 인권 운동가들이 두려워했던 일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에선 지난 2013년 미성년자에게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을 금지하는 법률이 채택된 후 성소수자들에 대한 탄압이 강화돼 왔다.

러시아 정부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개시한 이후 이번 전쟁을 타락한 진보적 성 개념과 동성애를 선전하는 서방, 자유주의 가치와 싸움이라고 선전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월 공식 문서와 공공 기록상의 성별 변경은 물론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개입을 불허하는 내용의 법률에 서명했다.

그는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러시아의 새 영토로 합병하는 행사에서 "러시아에서 '엄마', '아빠' 대신 '부모1', '부모2'라고 불리는 것을 원하는가"라며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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