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네타냐후 손절 기류…"정치적 절단 수술 집도중"
로이터 "국무부, 무기공급 제한 등 지렛대 비공개 논의"
"미 당국자들, '네타냐후 라이벌' 중도파 간츠 차기 총리 기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관계를 끝내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네타냐후 정권의 일방적 강경론이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결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 사이에 흐르는 냉기류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스라엘의 최우방국으로서 줄곧 가자지구 전쟁을 두둔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향해 발신하는 메시지가 싸늘해지기 시작한 기점은 구호트럭 참사였다.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서는 지난달 29일 구호품을 싣고 도착한 트럭에 수천명이 몰렸다가 100여명이 숨졌다.
구호작업을 관리하던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죽은 이들도 있었고 군중 밀집에 눌리거나 넘어져 짓밟혀 죽은 이들도 많았다.
가자지구 참사를 방조한다는 이유로 대선을 앞두고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던 바이든 대통령은 독자행동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인도주의 위기 완화에 좌절한 듯 항공기를 띄워 구호품을 상공에서 가자지구로 투하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군을 보내 가자지구에 임시항구를 만들어 바닷길로 구호품을 보내는 방안에도 이스라엘의 의지와 관계없이 착수했다.
동시에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재앙을 부를 수 있는 네타냐후 정권의 전쟁 의지에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견제구를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MSNBC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국경에 있는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레드라인'(저지르면 대가를 치를 기준)으로 규정했다.
그는 네탸나후 총리가 "이스라엘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를 끼친다"고 이례적인 공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네타냐후 정권의 일방주의에 제동을 걸 지렛대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국무부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공급 제한이 비공개 논의됐으나 고위급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기공급 제한이나 외교적 지지 철회를 지렛대로 삼는 데에는 매우 신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한다며 바로 정치공세를 펴면 대선 앞 여론이 악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 내 지지도가 급락하는 네타냐후 총리와 서서히 멀어지는 전략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안전한 선택지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야권 유력자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한 사실에 큰 의미를 둔다.
극우성향을 지닌 네타냐후 총리와 달리 온건한 중도로 분류되는 간츠 전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다.
간츠 전 장관이 워싱턴DC를 찾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직 초청받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공개적 무시로 비친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당국자들이 간츠 전 장관을 이스라엘의 차기 총리로 기대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중동 전문가인 로라 블루멘펠트는 "바이든이 정치적 절단 수술을 집도하는 중"이라며 "이스라엘이라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네타냐후를 잘라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국가정보국(DNI)은 전날 공개한 2024년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네타냐후의 지도자로서 생존능력이 위태로운 처지일 수 있다"며 이스라엘에 온건한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을 지적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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