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공폭탄 앞세워 진군…러, 우크라전 '게임체인저' 띄웠나

입력 2024-03-11 16:10
수정 2024-03-12 11:41
활공폭탄 앞세워 진군…러, 우크라전 '게임체인저' 띄웠나

"동부 전선에 집중 투하…구소련제 무기 개조해 원거리에서도 공격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를 한 방에 파괴할 수 있는 활공폭탄(비행기에서 투하돼 최전선까지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유도탄)을 사용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선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CNN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등 격전지에 활공폭탄을 집중적으로 투하하고 있으며, 이 폭탄이 지난달 함락된 아우디이우카와 그 주변의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파괴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CNN은 전했다.

최근에 촬영된 영상 등을 보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가 방어망을 구축해놓은 화력발전소, 공장, 고층 건물 등에 활공 폭탄을 투하한 모습이 확인된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아우디이우카 전투 전날과 전투 도중에 공중 폭탄이 발사됐다"며 "그 중 48시간 동안에만 아우디이우카 방향으로 250발이 발사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도입한 활공폭탄은 주로 구소련제 비활공 무기를 개조한 것으로, 지상에 떨어지면 15m 넓이의 큰 구멍을 만들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활공폭탄은 FAB-1500이다. 무게가 1.5톤(t)이며 절반 이상이 고성능 폭약으로 구성돼 있다.

FAB-1500은 대체로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사정권 밖인 60∼70㎞ 밖에서 전투기에 의해 투하되며, 유도 시스템과 튀어나온 날개를 통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의 조지프 트레비딕은 활공폭탄이 "러시아에 더 많은 원격 공격 옵션을 제공하며, 전투기 조종사가 적군의 방공망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질 수 있게 해준다"라고 설명했다.

도네츠크 지역 크라스노호리우카에 주둔한 우크라이나 46 분리 공수여단의 한 병사는 "이전에는 포격만 당했는데 이제 러시아군은 더 공격적으로 마을을 점령하고 FAB-1500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왜냐하면 FAB-1500은 그 피해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살아남는다고 해도 다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병사는 활공폭탄이 "병사들의 사기에 큰 압박이 된다"며 "모든 병사가 이를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인근의 공장에서 구소련의 재래식 폭탄을 활공폭탄으로 개조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나트 대변인은 "개조가 빠르거나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미사일에 드는 수백만달러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활공폭탄 등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방공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우크라이나군 작전참모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최전방, 특히 도네츠크에 있는 군대는 하루에 100번 이상의 러시아 공습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이나트 대변인은 "우리의 방공망이 강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며 "그들(러시아)은 우리의 최전방기지를 타격하는 것뿐 아니라 활공폭탄이 후방 지휘소와 보급품, 탄약 등을 공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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