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갈등 속 중국어 배우러 대만 간 외국인 유학생 사상 최다"

입력 2024-03-11 11:54
"美中갈등 속 중국어 배우러 대만 간 외국인 유학생 사상 최다"

2년 연속 30%대 증가로 작년 3만6천명…"中 찾는 유학생은 감소 추정"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미중 갈등과 서방 진영의 대(對)중국 견제 움직임 속에 중국어를 배우려고 대만을 찾는 외국인 수가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대만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중국어 학습을 위해 대만에 간 외국인은 총 3만6천350명으로 2022년(2만7천808명)에 비해 30.7% 늘었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인 2019년 3만2천457명보다도 12%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역시 직전 1년(2만145명)에 비해 중국어를 배우려는 유학생이 38% 늘었으므로 2년 연속 30%가 넘는 증가세를 보인 것이기도 하다.

대만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유학생은 한국·일본 등 주변국 외에 미국 등 서방 국가 출신도 많아지는 추세다.

대만 국립정치대학 중국어교육센터의 경우 작년에 69개 국가에서 1천41명이 유학왔는데, 일본인이 13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인(108명)과 태국인(99명), 미국인(95명)이 뒤를 이었다.

영국에서 1년 동안 중국어를 배우고 대만에 왔다는 유학생 벤(22)은 "외국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학교 친구들 가운데 90%는 그와 함께 대만으로 향했고, 10%만 대륙(중국)에 갔다"고 말했다고 연합조보는 전했다.

류멍치 대만 교육부 정무차장(정무차관)은 이달 4일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올해 대만에서 중국어를 배울 미국 유학생이 총 3천80명으로 신기록을 작성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중국어 학습을 위해 중국을 찾은 외국인 유학생 전체 숫자의 경우 곳곳에서 감소세가 감지되기도 한다. 다만, 이 수치는 추정만 가능한 상황이다.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유학생 숫자는 44만3천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38.2%가 중국어 학습이 목적이라고 답했다. 이를 환산해보면 대략 16만9천명이다.

연합조보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을 찾은 유학생 숫자는 거의 파악할 수 없었으나, 한 교육 소셜미디어(SNS)는 중국 대학 533곳이 2020년에 받아들인 유학생이 모두 10만5천200명이었으며 선호 전공 중 '중국어 국제 교육'과 '중국어 언어·문학'이 각각 7위와 8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는 작년 11월 28일 기사에서 주중 미국대사관 자료를 인용, 2019년 1만1천명에 달했던 중국 내 미국인 유학생 수가 2023년 350명까지 줄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만 당국은 미국 등을 중심으로 유학생 유치나 중국어 교육에 적극 나서는 한편, 이를 통한 국제적 영향력 확보도 모색하고 있다.

양하오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시아연구소 교수(중국어교육센터 주임 겸임)는 "근래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어 교육은 '전략 물자'가 됐다"며 "대만은 최근 '웜 파워'(warm power·따뜻한 힘)으로 외국인 학생이 대만에 와 중국어를 배우게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민주주의기금(NED)은 2017년 중국이 전 세계 중국어·중국 문화 보급을 위해 설치한 '공자학원'을 권위주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샤프 파워'(sharp power·공세적 힘)의 부정적 사례로 지목했고, 미 국무부는 2020년 공자학원을 외국 공관으로 간주해 공자학원을 개설한 대학에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식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대만은 미국 56개 대학에 중국어 교사와 조교 147명을 추가로 보내기로 하면서 호응했다.

미 국방부는 과거 중국 상하이에 뒀던 자체 '언어 플래그십' 프로젝트 센터를 2019년 대만대학으로 옮겼고, 작년 7월에는 국립정치대학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딩수판 대만고등정책연구협회 이사장은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대만에 오는 외국인이 더 많아지면 국제 사회에서 대만에 대한 호감과 동정, 대만과 교류하자는 목소리는 분명 늘 것"이라며 "다만 현실로 돌아오면 동정과 구두 지지는 외교적 승인으로 결코 바뀔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대만을 향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세계와 중국의 격차를 벌려놓고, 대만에 대한 대륙의 불안감도 키울 수 있다"며 "대만의 안전이 보장되려면 군사력 강화와 (집권 민주진보당의) '대만 독립' 강령 동결 목소리에 대한 적절한 대응,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상호 신뢰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