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함, 구호 위해 가자 첫 출항…하루 200만끼 제공 이뤄낼까
부두 건설 길게는 두달…식량 200t 실은 구호선은 출항 지연
해안 도착해도 도로 끊겨 육로운반 난항…고비용·저효율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굶주려 죽을 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바닷길을 이용해 식량을 수송, 전달하는 구호 작업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미군은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해안에 이같은 원조를 위한 부유식 부두를 건설할 장비를 실은 프랭크 S. 베손호가 전날 미 버지니아주 노퍽 근처 기지에서 출항했다고 밝혔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임시 항구 건설을 미군에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미 국방부는 육군 제7수송여단이 이 항구 건설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약 1천명의 병력이 동원된다고 밝혔다.
미군은 "물류 지원 선박이 인도적 물품 전달을 위한 임시 부두 건설에 쓰일 첫 번째 장비를 운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구호품 수송을 위한 임시 부두가 건설되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하루 200만끼의 음식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부유식 부두 건설에 몇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상 수송이 트럭을 이용한 구호품 전달보다 비효율적이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비판이 국제 구호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가자지구에 적은 비용으로 식량과 물자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트럭으로, 이스라엘이 더 많은 국경을 개방하고 진입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계획과 별개로 가자지구에 처음으로 바닷길을 통해 구호품을 전달하려는 선박의 운항이 차질을 빚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 건너편 섬나라인 키프로스의 라르나카 항구에서 10일 출항 예정이던 가자지구 구호 선박이 이날 밤에도 계속 정박 중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과 오픈암스(Open Arms)는 이 선박에 쌀과 밀가루, 콩, 생선 통조림 등 200t의 식량을 실어 2~3일 내 가자지구에 보낼 계획이었다.
키프로스 정부의 대변인 콘스탄티노스 레팀비오티스는 현지 언론에 보안상 이유로 정확한 출항 시간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키프로스가 이 구호선의 화물을 검사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가는 화물은 키프로스의 대기지역에서 검사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미뤄 이스라엘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구호선이 11일 아침까지 '기술적 어려움'으로 출항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WCK의 린다 로스 대변인은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으며, 오픈암스는 가능한 한 빨리 출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출항 지연은 비전통적인 방식의 구호품 지원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자지구 해안의 낮은 수심과 제 기능을 하는 항구의 부족도 문제다.
가디언에 따르면 구호선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가자지구 최남단 해안 2곳 밖에 없다. 이곳을 통해 구호품이 도착해도 가자시티와 베이트 라히야 등 굶주림이 심각한 가자지구 북부로 수송하는 것은 더 큰일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도로를 최대 40㎞ 가로질러야 하고 약탈당할 위험도 있다.
가자지구 주민은 약 230만명으로, 지난 5개월간의 전쟁으로 이들 가운데 4분의 1이 아사 위기에 처한 것으로 유엔은 보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최근 열흘 사이에 어린이를 포함해 23명이 탈수나 영양실조로 숨졌다고 지난 9일 밝혔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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