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협상 파탄 났나…중재국들, 불씨 살리기 안간힘
합의 전망 불투명…라마단 앞두고 긴장 고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합의 없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앞으로의 휴전 합의 전망도 매우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슬람 최대 명절인 라마단(3월 10일∼4월 8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주변국들이 휴전 합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집트와 카타르 등의 중재로 열린 협상에서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맞교환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측이 가자지구로 끌고 간 인질 중 생존자와 석방 대상자, 인질 석방의 대가로 풀려날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등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아예 협상단도 보내지 않았다.
하마스는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일선 부대와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스라엘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군과 영구 휴전 논의 개시 등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 등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철군도 휴전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카타르와 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라마단 기간에도 휴전이 체결되도록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계속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고위 간부들, 중재국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시간) 이집트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이 같은 접촉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마스 정치국장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이날 아직 휴전이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여전히 이스라엘과의 대화가 열려있다고 말했다.
하니예는 TV 연설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점령군(이스라엘)에 있다고 확실히 말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협상을 계속하는데 열려있다"고 밝혔다.
라마단 직전까지도 휴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라마단을 계기로 6주간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구호물자 가자지구 반입 확대를 추진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유세 방문 도중 라마단 시작까지 휴전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어려워 보인다"고 답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휴전 협상 타결 없이 맞이하는 라마단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을 둘러싼 갈등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 충돌의 불씨가 되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라마단 기간 동예루살렘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분명히 그렇다"고 말했다.
알아크사 사원 근처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라마단 기간 팔레스타인 안팎의 모든 전선에서의 대결과 시위, 알아크사를 향한 집결을 촉구했다.
반대로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회의를 열고 라마단 대비 태세를 점검했으며 알아크사 사원 주변 골목에 수천 명의 경찰을 배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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