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엔 무기, 가자주민엔 구호품…'병주고 약주는' 역설
"자국 지원 무기로 공격받는 이들 돕겠다고 작전 펼쳐…이례적 상황"
가자행 물류지원함 美출발…임시부두 건설용 장비도 실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미국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해상으로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한 임시항구 건설 작전에 나서면서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미국은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무기 등 군사지원을 해왔는데, 이와 동시에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는 가자 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제공하는 작전도 진행하게 됐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지원하기 위해 가자 해안에 임시항구를 건설하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명령이 미군의 인도주의 지원 역사를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갔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미국은 아이티나 라이베리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위기 상황에 처한 민간인들에게 구호품을 제공하고자 군대를 동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미군이 지원한 무기로 폭격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구호품 지원 작전을 진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NYT는 짚었다.
이런 지적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사용하는 무기 등 군수품을 계속 제공하는 한편으로,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병 주고 약 주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된 셈이지만 미군은 구호품 지원을 위한 작전에 신속하게 착수했다.
미군은 가자지구에 전달할 인도적 구호물자를 실은 프랭크 S. 베손 물류지원함이 미국에서 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해상으로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지 36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프랭크 S. 베손호가 버지니아주의 랭글리-유스티스 합동기지를 떠났다"고 말했다.
중부사령부는 이 함정이 "필수 인도주의 물자를 전달하기 위한 임시부두 건설에 필요한 초기 장비를 운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시항구는 가자지구 북구와 남부를 가르는 와디가자 검문소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 해안에 설치될 예정이다.
미 육군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작전에서 보통 대형 군함이 지정된 위치의 해안에 정박한 상태에서 대형 부유식 부두시설(RRDF)이 함정 옆에 지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부두에 하역된 구호품 화물은 더 작은 보트에 실려 해안의 임시선창으로 옮겨진다. 임시선창은 약 550m 길이에 2차선 규모로 건설된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미 육군 제7원정수송여단이 가자지구 항구 건설에 참여하는 주력부대가 될 것이며, 미군 병력이 가자지구 땅을 밟지 않고도 임시선창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또한 미군 1천명 이상이 임시항구 건설에 투입되고, 건설에 최장 60일이 소요되며 건설 후에는 하루에 200만명분의 식량을 가자주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가자지구에는 항구 인프라가 없으며, 하마스가 이곳을 장악한 2007년 이후 이스라엘 해군에 봉쇄돼 그 이후로 해상을 통한 접근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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