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수장,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강행에 "전쟁범죄"
"정착촌 규모 이미 확장 추세…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가능성 제거될 위험"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 추가 건설 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정착촌 건설 가속화는 팔레스타인인을 오랜 기간 억압하고 차별해온 흐름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국제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착촌 확장은 이스라엘의 점령지에 자국민을 이주시키는 행위로,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투르크 최고대표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계획이 불러올 문제점들을 다룬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안 내 이스라엘 정착촌 규모는 이미 확장 추세다. 2022년 11월 1일부터 작년 10월 31일까지 서안 내 이스라엘 정착촌 주택 수는 2만4천300채가 추가됐다.
이는 유엔이 정착촌 상황을 감시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로 최대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전쟁을 개시한 작년 10월 7일 이후 서안에서 정착민이 팔레스타인인을 공격한 사건은 603건이며 이에 따라 목축하던 팔레스타인인 가운데 난민 1천222명이 발생했다고 유엔은 전했다.
무력 충돌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396명이 이스라엘 보안군에 의해 사망했고 정착민이 총기로 살해한 팔레스타인인은 9명으로 집계됐다.
유엔은 정착민이 이스라엘 군복을 입고 군용 소총을 휴대한 채 팔레스타인인을 공격한 사례도 수십건 문서화됐으며 '정착민 폭력'과 '국가 폭력' 간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스라엘 정부의 정착촌 확대 정책은 서안에 대한 장기적 지배권 확대와 영토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서안은 이미 위기에 처해 있으며 정착민의 폭력은 충격적인 수준"이라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실질적 가능성을 제거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점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수립하며 팔레스타인인의 기본권 실현을 보장할 정치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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