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장 떠난 하마스vs네타냐후 "라파공격"…라마단 전 휴전 난항
하마스 "지도부와 상의 필요"…이집트 측 "하마스, 10일 복귀 전망"
WSJ "하마스 가자지도자 강경 선회…'현재 하마스가 협상우위' 판단"
네타냐후 "라파 포함 가자 공세 지속" 강경론 고수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오는 10일 전후로 시작될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6개월째 벌이고 있는 전쟁의 포성이 잠시나마 멈출 것이라는 희망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나흘 간 진행된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진전 기미가 없는 가운데 하마스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협상장을 뾰족한 돌파구 없이 떠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날 피란민 대다수가 밀집해 있는 가자지구 남단 라파를 포함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밀어붙이겠다고 천명해 양측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에 "하마스 지도부와 상의하기 위해 협상 대표단이 오늘 카이로를 떠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고, 피란민을 복귀시키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한 협상과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카타르와 함께 휴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이집트 측 관리들은 하마스가 추가 논의를 위해 오는 10일 카이로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측에 따르면, 10일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휴전안에 대해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중재국들이 제시한 최후 기한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하마스 측은 이에 대한 언급을 내놓지 않은 채 자신들은 이미 휴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만 강조했다.
앞서 하마스는 6주간의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을 골자로 국제사회가 제시한 협상안을 검토한 뒤 카이로에 대표단을 파견해 이견 조율을 시도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로부터 생존 인질과 석방 대상자 명단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협상에 불참했다.
중재역을 맡은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협상안 수용을 거듭 압박하고 있지만, 하마스와 이스라엘 측은 서로에게 합의 의지가 결여돼 있다고 상호 비난하면서 라마단 전 휴전 희망도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협상이 교착되자 책임을 하마스에 돌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인질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는 것은 하마스 책임이라고 지적하면서 하마스가 병들고, 고령인 인질들의 석방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도 정부도 휴전 협상이 교착되고 있는 것은 인질들의 생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하마스 탓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곳곳에 인질들이 흩어져 있는 까닭에 휴전이 이뤄지기 전에는 인질들의 생사나 억류 중인 인질들의 명단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도 휴전 협상과 아랑곳 없이 하마스 소탕을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군 장교 훈련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휴전에 대한)국제사회의 압력이 있고, 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압력이 특히 커지는 시점에 우리는 단결해야 하며 전쟁을 멈추기 위한 시도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파를 마지막 남은 하마스의 '요새'라고 몰아세우면서 하마스를 겨냥해 라파를 포함한 가자지구 작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재차 공언했다.
그는 "우리에게 라파에서 행동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누구든 그는 우리에게 전쟁에서 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교착 분위기 속에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 대표단이 협상지인 카이로를 떠난 것은 최근까지 휴전 협상에 대체로 관여하지 않아 온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강경해진 입장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이집트 관리들을 인용, 신와르가 이스라엘 전시 내각의 내분 등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적인 분열과 가자지구의 인도적인 참사를 경감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휴전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가 협상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해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측에 따르면, 신와르는 휴전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차로 하마스가 좀 더 유리한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다고 보고 영구적인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 철수 등을 포함한 협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국제사회가 제시한 6주 휴전 협상안을 수용하길 희망하고 있는 하마스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은 신와르가 라마단으로 하마스에 대한 아랍 민중의 지지세가 더 왕성해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예루살렘에서의 긴장 증폭으로 이어지는 것을 노리고 의도적인 휴전협상 '힘 빼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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