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 도청 논란에도 "러시아에 휘둘리지 않겠다"

입력 2024-03-08 03:07
영국·독일, 도청 논란에도 "러시아에 휘둘리지 않겠다"

英 외무 "놀라운 단결"…獨 "이견 있으면 비공개 논의"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러시아 측의 '타우러스 녹취' 공개로 불거진 불협화음에도 "러시아의 분열 전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캐머런 장관은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동맹 분열에 대한 러시아의 논리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내가 보는 것은 동맹,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놀라운 단결"이라고 말했다.

베어보크 장관도 "우크라이나 파트너들의 단합과 결단이 우리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쟁은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며 푸틴의 분열 전략을 용인하지 않기 위해 이견이 있다면 비공개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독일과 영국 사이에는 그동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반대하는 타우러스 미사일 지원을 두고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됐다.

숄츠 총리는 최근 영국군이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 운용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자국군을 배치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지난 1일 러시아 측이 공개한 독일 공군 내부회의 녹취에서도 "현장에 (영국군) 몇 명이 있다"는 언급이 등장한다.

영국 국방부는 "스톰 섀도 운용과 표적 설정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토비아스 엘우드 전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타우러스 지원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의도적인 기밀정보 오용"이라고 비난했다.

캐머런 장관은 타우러스 미사일 지원과 관련해 "독일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 시스템이 방어에 도움이 됐다"며 숄츠 총리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나토군이 러시아군을 사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하도록 할 뿐"이라고도 말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타우러스 지원에 반대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영국은 앞서 독일이 나토 동맹국에 타우러스를 인도하고 우크라이나에는 스톰 섀도 등 미사일을 보내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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