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대통령 '인권침해 논란' 성소수자 처벌법 서명 보류

입력 2024-03-06 00:46
가나 대통령 '인권침해 논란' 성소수자 처벌법 서명 보류

대법원에 위헌 심판 제기…"대법원 판결 기다릴 것"

법 시행시 세계은행, IMF 자금 지원 중단 고려한 듯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가나 대통령이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한 성소수자(LGBTQ) 처벌 강화 법안에 대한 서명을 보류할 방침이라고 현지 일간지 그래픽뉴스 온라인판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나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이날 동남부 페두아세 대통령 휴양지에서 열린 외교단 신년하례회에서 "대법원에 해당 법안의 위헌성에 대한 이의가 제기됐다"며 "어떤 조치를 하기 전에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나의 오랜 인권 준수와 법치주의 전통에 대한 국제사회의 애착과 우려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행사에 참석한 각국 대사와 세계은행(WB), 유엔 등 국제기구 대표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나 의회는 지난달 28일 성소수자의 활동을 금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었다.

가나에서는 이미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해 최고 3년의 징역형이 처해진다. 새 법안은 공개적인 애정 표현, 성소수자의 활동 홍보와 자금 지원 등에 대해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이에 인권 단체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일부는 인권을 침해하는 처사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가나 재무부는 전날 아쿠포아도 대통령에게 이 법안으로 38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세계은행 자금과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구제금융 30억 달러(약 4조원)가 지원되지 않을 수 있고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세계은행은 지난해 8월 성소수자 처벌을 강화한 우간다에 대해 "세계은행 그룹의 가치와 근본적으로 모순된다"며 신규 대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치솟는 물가와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최악의 경제 위기로 2022년 말 채무 상환 중단을 선언한 가나는 지난해 5월 IMF와 구제금융 합의 이후 경기 침체에서 서서히 회복 중이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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