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받고 싶지 않아요"…선거불복시대 '극한직업' 美선거관리자

입력 2024-03-05 13:20
수정 2024-03-05 14:10
"조명받고 싶지 않아요"…선거불복시대 '극한직업' 美선거관리자

'슈퍼화요일' 앞두고 노스캐롤라이나 선관위 책임자 외신 회견

"선거결과에 '의문' 제기하는 시대…높은 수준 투명성에 도달해야"





(롤리[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선거 담당 행정가로서 힘이 듭니다. 후보와 유권자가 중심이 되어야 할 선거에서 우리는 조명을 받고 싶지 않지만, 조명을 받는다는 것은 일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미국 11월 대선의 승부를 가를 경합주 중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관리위원회의 카렌 브린슨 벨 사무국장은 '슈퍼 화요일'(16개 주 및 사모아 동시 경선 실시)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선관위 사무실에서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선거 관리 공무원의 고충을 토로했다.

미국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부정선거' 주장으로 인해 선거 결과가 '당파적 의심'에 쉽게 노출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 CBS 뉴스가 작년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 68%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2020년 대선의 합법적 승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답한 결과는 미국 사회에서 '선거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줬다.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기되는 의혹 중 근거 없는 것들이 다수임에도 관련 의혹을 맹신하는 특정 후보 지지자에 의해 협박을 받고 사표를 쓰는 선거 관리 당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더욱이 노스캐롤라이나주는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불거진 우편 부재자 투표 관련 부정투표 의혹으로, 한 하원의원 지역구에서 재선거가 치러지는 홍역까지 있었기에 부정선거 논쟁에 더 민감하다.

벨 국장은 특히 우편 투표를 둘러싼 논란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경향에 대해 "누군가(현장 투표가 어려운 사람)에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줬다는 이유로 비판받을 때 정말 큰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 국장은 회의 때면 직원들에게 유권자들로부터 칭찬받지 못했던 상황들에 집중하고, 유권자들의 삶에 변화를 일궈냈던 일을 고수할 것을 장려한다고 소개했다.

벨 국장은 노스캐롤라이나주가 부정투표 의혹에 따른 재선거라는 홍역을 앓은 뒤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고 전했다.

우선 일반 대중이 선거 관리의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투명성을 높였다고 벨 국장은 소개했다.

아울러 선거관리 업무의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가정별로 홍보물을 보내고, 투표장에서 유효한 '사진 부착 ID' 관련 정보 전달 등 '교육·홍보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특히 문제가 된 우편 투표의 부정 논란 소지를 줄이기 위해 부재자가 우편 투표용지에 기표할 때 일반적인 경우 2명의 증인이 입회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고 벨 국장은 전했다.

벨 국장은 "우리가 하는 일에 많은 투명성을 갖추지만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지금, 높은 수준의 투명성에 도달한다는 것은 우리가 사람들의 문제 제기에 더욱 잘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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