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란서 온 편지" 검열 뚫고 中정부 때린 전직 기자의 기지
'반정부 인사' 찍혀 경찰 구금…인권유린 등 경험담 각색해 SNS 올려
당국 눈 피해 두 달간 버젓이 유포돼 10만 조회수…이후 독일로 이주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중국의 한 전직 기자가 쓴 정부 비판 글이 중국 정부의 악명 높은 인터넷 검열을 몇 달이나 속여 화제가 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중국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를 벌이다 감옥에 갇혔다는 한 여성이 쓴 편지가 올라왔다.
마흐샤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이 편지에서 비밀 경찰이 자신과 친구들을 붙잡아 가둬두고 심문 과정에서 각종 인권 탄압을 저질렀다고 적었다.
중국에서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진 이란에서 온 편지임에도 이를 본 여러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 댓글 등을 통해 "이게 정녕 외국 이야기가 맞냐, 어디서 본 이야기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달 가까이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유된 이 글은 사실 중국의 기자 출신 여성 작가 우 친이 쓴 글로, 그 내용은 지난해 11월 그가 중국에서 실제 겪은 일이었다.
우 친은 WSJ과 인터뷰에서 당시 그가 광저우의 자택에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친구 3명과 함께 구금됐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작가와 예술가, 활동가들과 자주 모임을 가져온 그가 당국의 탄압 대상에 오른 것이다.
경찰은 우 친과 그의 동료들을 밤새 심문한 뒤 그들에게 '말다툼을 벌이고 소란을 일으킨 죄'로 15일간의 행정 구금을 명령했다.
경찰은 당초 이들을 베이징으로 이송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규제로 도시 간 이동이 어려워 이들을 우선 풀어줬다.
우 친은 심문 과정에서 그의 휴대전화 속 데이터를 모두 가져간 경찰이 그 내용을 근거로 그를 다시 체포할 것을 우려해 중국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전에 자신이 당한 일을 증거로 기록해야 한다고 느낀 우 친은 검열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담을 이란의 감옥에 갇힌 한 여성이 쓴 편지 형태로 각색해 위챗에 올렸다.
올해 1월 공개된 이 글은 검열 당국의 눈을 피해 우 친과 같은 진보 성향의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퍼지게 됐다.
우 친은 글에서 화자인 마흐샤가 '말다툼을 벌인 죄'로 기소됐다는 등 주의 깊게 읽으면 중국을 연상시키는 사소한 설정을 숨겨놨다고 WSJ에 털어놨다.
글에는 그가 심문을 당하며 느낀 감정과, 남성 경찰이 그가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감시하는 등 의 인권 유린 사례가 여럿 담겼다.
이후 중국을 무사히 빠져나와 독일에 자리 잡은 우 친은 최근 이 글의 작가가 자신임을 공개하며 자세한 경험담과 각주, 영어 번역본을 공개했다.
이후 중국의 각종 SNS에서는 불과 몇시간 만에 그가 기존에 썼던 글이 검열에 의해 삭제됐으나 그전까지 위챗 등에서 조회수 1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고 WSJ은 전했다.
현재 우 친의 모든 중국 SNS 계정은 폐쇄된 상태다.
베를린에서 지내고 있는 우 친은 앞으로 미얀마 군사 쿠데타로 인해 망명한 이들을 포함해 다른 나라의 탄압 받는 사람들에 대한 글을 쓸 계획이라고 WSJ에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는 활동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중국의 활동가들은 자기 자신을 돌볼 수만 있어도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에너지와 창의성을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추가적인 행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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