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는 지지만 전쟁은 이긴다?…"하마스 목표는 생존"
"전력 밀리는 하마스, '명분 대결' 통한 정치적 승리 노려"
소규모 매복 공격으로 전략 변경…전투원 3분의 2 생존 추정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고 있는 하마스의 전쟁 목표는 전후에도 정치적으로 생존해 가자지구 재건 주체로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맹공격으로 가자지구가 초토화 된 지난 달 초,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는 카타르에 모인 하마스 지도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현재 이스라엘의 상황은 하마스가 의도한 대로라면서 하마스 전투원들은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군사 전문가와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신와르가 이처럼 낙관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를 그가 '더 큰' 전쟁에서의 승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즉 하마스가 당장 가자에서 이스라엘군과 전투에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살아남아서 전후 가자지구 재건의 주체로 나서 팔레스타인 국가의 정권을 쥐는 것이 그의 목표라는 것이다.
이처럼 전투 승리가 아닌 생존을 목표로 삼은 하마스는 지난해 11월 이후부터는 한 번에 전투원 1∼3명 가량을 투입해 '치고 빠지는' 소규모 매복 공격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수류탄이나 소총 등으로 이스라엘군 보병이나 차량을 노리는 이러한 '게릴라' 전략은 하마스 입장에서 이스라엘에 입힐 수 있는 타격은 적지만 동시에 하마스 측 피해도 줄여 '하마스 전멸'이라는 이스라엘의 목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이집트 정보 당국은 넉 달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의 맹공에도 현재 하마스의 전투원 3만여명 중 2만여명이 생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하마스의 악명 높은 지하 터널은 여전히 이스라엘군의 발목을 잡으며 하마스가 생존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돕고 있다.
이스라엘 군인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아직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찾아서 파괴하기 위한 뾰족한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는 계속 커지면서 이스라엘은 '명분 대결'에서도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팔레스타인 대의'를 내세우며 아랍권을 중심으로 확고한 지지를 모은 하마스와 달리 이스라엘은 미국을 비롯해 국제 사회로부터 계속해서 휴전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또 전후 가자지구 재건 주체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이 명확한 구상을 내놓지 못하면서 하마스가 그 틈을 비집고 전후 다시 세를 모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 소재의 싱크탱크 아랍·걸프 국가 연구소의 후세인 이비시 연구원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전투 능력을 약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목표지만 문제는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마스를 허약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가자를 완전히 점령해야 하는데, 그 경우 하마스 세력의 끊임없는 반란 시도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이비시 연구원은 전망했다.
한 이스라엘군 병장은 WSJ에 "우리는 가자에서 많은 전투를 이기고 있다"며 "문제는 '전쟁 이후'를 위한 계획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이에 대해 명확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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