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에 빠진 서학개미…1월 미국 주식옵션 거래량 사상 최대

입력 2024-03-02 08:30
파생상품에 빠진 서학개미…1월 미국 주식옵션 거래량 사상 최대

작년 키움·NH 서비스 개시 이후 거래량 폭증…올해 본격 증가 전망

"상이한 거래규칙·예상밖 결제이행 부담 발생…전문지식 필요"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옵션 거래가 증권사들의 경쟁적인 서비스 도입으로 최근 반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투자협회와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옵션 거래는 15만4천145계약으로 집계돼 월간 거래량이 사상 처음으로 15만계약을 넘어섰다. 이는 전달(2023년 12월) 대비로는 43% 증가한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옵션 거래는 작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월간 1만계약 안팎에 지나지 않았지만 9월 이후로 확연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8월 누적 거래량은 10만3천여계약에 불과했으나 9월과 10월, 2개월간 누적 거래량은 13만2천여계약이나 됐다.

미국 주식옵션은 2022년 5월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후 교보증권[030610],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유안타증권[003470] 등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개인 투자자 점유율이 높은 키움증권[039490]이 미국 주식 옵션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시했고, 12월에는 NH투자증권[005940]도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대형사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사실상 지난해 4분기 대형 증권사 2곳이 관련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옵션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미국 주식옵션은 미국 개별 주식 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미국 주식이나 ETF를 상승 또는 하락이 예상되는 가격으로 만기일 내 사거나(콜옵션) 팔(풋옵션)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게 미국 주식 옵션 거래다.

옵션은 기초자산과 엮어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헤지)하는 기능을 하지만 작은 돈을 넣고도 큰돈을 버는 레버리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투기적 거래로도 빈번히 사용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국 주식 옵션의 기초자산은 테슬라로 지난 1월 거래량이 3만2천293계약에 달했다. AMD(2만2천16계약)가 두 번째로 많았고 애플(1만7천816계약), 엔비디아(1만4천502계약), SPDR S&P500 ETF(9천936계약)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증권가는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옵션 거래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과 '매그니피센트 7' 주식의 급등, 종목별 차별화가 심화하는 국면이기 때문에 시장 전반은 물론 개별 주식의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에서 커버드콜(기초자산 매수와 동시에 콜옵션 매도) 전략을 활용한 ETF에 대해 경험을 하면서 미국 옵션시장에 대한 관심과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미국 주식옵션은 코스피200 옵션과 달리 '아메리칸' 유형이며 실물 결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상이한 투자제도와 거래규칙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옵션 매도거래는 예상치 못한 결제이행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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