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법원, '내정간섭 금지법' 위반 中사업가에 징역 2년9개월
디 산 즈엉, 中정보당국과 정기 접촉…호주장관 통해 병원에 기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법원이 한 중국계 사업가에 대해 내정간섭 금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9개월을 선고했다. 2018년 '내정간섭 금지법' 제정 이후 이 법으로 유죄 선고가 내려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29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지방법원은 이날 중국계 사업가 디 산 즈엉(68)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호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징역 2년 9개월을 선고했다.
즈엉은 빅토리아주에서 사업가이자 중국계 이민자 커뮤니티 리더로 활동했다. 자유당 당원으로 1996년 주의회 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 앨런 터지 당시 다문화부 장관에게 접근해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있는 중국계 호주인 커뮤니티로부터 기금을 모았다며 3만7천450호주달러(약 3천250만원)를 터지 장관을 통해 멜버른 왕립 병원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2일 즈엉과 터지 전 장관은 기자들 앞에서 병원을 둘러봤고 기부금 전달 행사도 진행했다.
하지만 검찰은 즈엉이 중국 정보기관과 정기적으로 접촉했으며 호주 정부에 중국의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터지 전 장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봤다.
패트릭 도일 검사는 중국 공산당이 즈엉을 요원으로 활용하기에 이상적인 인물로 봤다며 "중국 공산당의 우군 확보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즈엉이 2018년에 제정된 내정간섭 금지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즈엉은 무죄를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검찰 손을 들어줬고, 재판부는 이날 즈엉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내정간섭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외국 영향 투명성 제도'(Foreign Influence Transparency Scheme)는 외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은 반드시 호주 정부에 등록해야 하고, 이들이 호주 내정에 간섭할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법은 2017년 호주 노동당 상원 의원이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중국인 사업가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는 등 중국 관련 기관이나 개인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거액을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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