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자치정부 내각 총사퇴 '개혁 신호탄' 될까…"장애물 곳곳에"
파탄난 재정에 아바스 독재 계속…'두 국가 해법' 거부 이스라엘도 난관
후임 총리로 무스타파 PIF 회장 거론…"활력 주입 기대는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개혁과 자정 압박을 받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각료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며 쇄신의 깃발을 들어 올렸지만, 새로 꾸려지는 내각 역시 쉽지 않은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시간) PA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총사퇴 소식을 전하며 누가 새 총리직에 오르더라도 커다란 장애물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무함마드 쉬타예흐 자치정부 총리는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공격과 전례 없는 서안 및 예루살렘의 긴장 고조에 연관된 정치, 안보,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마무드 아바스 수반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른 각료들도 일괄 사의를 밝혔다고 현지 와파(WAFA) 통신이 보도했다.
이같은 총사퇴는 미국이 제시한 전후 가자지구 통치 구상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끝나면 현재 서안지구를 제한적으로 통치하는 PA에 가자지구 통치까지 맡긴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PA가 무능하고 부패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지지조차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전후 구상의 걸림돌이 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PA 내각이 총사퇴를 단행하며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하지만, 누가 새 총리가 되더라도 녹록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특히, PA의 파탄난 재정은 정부를 꾸려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뒤 PA 재정수입의 64%를 차지하는 세수가 끊긴 상태다.
원래 서안 등 일부 지역에서 세금 징수 업무를 대행하던 이스라엘이 전쟁 발발 이후 세수 이체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PA는 공공 부문 근로자들에게 제때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여기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의 입국을 거의 금지했다. 이에 따라 서안 지구 노동자의 20% 이상이 실직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와 함께, 팔레스타인 최대 정파인 파타의 수장으로서 2006년 이후 선거를 치르지 않은 채 20년 가까이 서안을 통치하는 아바스 수반 역시 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바스는 집권 이래 사법부를 장악하고 정부에 대한 시민 활동가들의 비판을 위축시키며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역대 총리들은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주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희생양' 역할을 하며 거듭 갈아치워졌다.
현재 PA의 실권은 아바스와 측근 몇 사람이 쥔 것으로 평가된다. 새 내각이 출범한다 해도 여기에 변화가 생길 조짐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또 다른 도전 과제는 미국의 전후 구상에 반대하고 있는 이스라엘이다.
미국은 이스라엘 측에 가자지구에서 PA의 역할을 복원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모색하는 외교에 전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18일 각료회의를 열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일방적 조치를 거부한다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현재 PA의 후임 총리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팔레스타인투자기금(PIF)의 무함마드 무스타파 회장이다.
경제학자인 그는 아바스 대통령에게 경제 정책을 조언하며 긴밀한 관계를 키워온 인물로, 미국과 이스라엘도 용인할 만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코노미스트는 한 서방의 외교관을 인용해 "(이번 개각으로) PA를 후원하는 나라들은 이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새 정부가 어떤 형태가 되든 그것은 아마 미국과 동맹국이 요구한 '개혁과 활력'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전망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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