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 닮아가는 브라질?…전직 대통령 지지자 대규모 집회
'쿠데타 의혹' 보우소나루 존재감 확인…10월 지방선거 계기 우파 결집하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브라질 사회가 전현직 대통령 지지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극화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의 정치권을 닮아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브라질 현지 매체인 G1과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날 상파울루에서 '법과 자유 수호를 위한 집회'라는 이름 아래 대규모 행사를 가졌다.
브라질 국기 색이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노란색과 초록색 옷을 차려 입은 인파는 도심 한복판 파울리스타 대로 일대를 가득 메웠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주최 측은 집회 참가자가 5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이름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쿠데타 모의 의혹과 귀금속 불법 반입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대규모 행사를 통해서 자신의 건재함을 확인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이는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비유하며 비판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노란색 상의를 입고 이날 집회에 참가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상파울루 미술관 인근에 마련된 임시 연단에 올라 "우리는 무너지는 국가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자신과 소속 정당(자유당)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집회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사실상 동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치 성향상 극우 계열로 분류되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 집회를 "민주적 법치와 자유, 가족, 미래를 위한 평화로운 행동"이라며 사실상 세력 규합에 나서기도 했다.
AFP 통신은 "정치 양극화가 심화한 브라질에서 이날 시위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우소나루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2019∼2022년 브라질을 이끈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의회 의사당·대법원에서 발생한 지지자들의 대규모 폭동을 부추겼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22년 10월 대선(결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비상사태 선포와 대법관 구금 등을 통해 대통령직을 유지한다는 취지의 '쿠데타 모의'에 관여했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좌파 성향인 룰라 대통령 취임 전에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할 목적으로 작성된 문서 초안을 미리 검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관련 문서 사본을 안데르송 토헤스 전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압수했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부인과 함께 외국 순방을 하고서 귀국할 때 보석류를 밀반입하려 했다거나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앞서 지난해 6월 브라질 선거대법원(STE)은 권력남용과 선거시스템에 대한 근거없는 의혹 유포 등을 이유로 2030년까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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