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안 임박 "DLF 때와 달라"…판매 규제 개선 논의도 착수
"일률적인 방식 안 어울려"…불완전판매 수준에 따라 배상비율 차등화
'거점 점포 지정' 등 거론…금융연구원·자본연 등 유관기관서 의견수렴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기준과 관련해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판매회사들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판매 규제 개선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할 H지수 ELS 사태 중간발표에서 금융회사와 투자자 간 '책임 분담 기준안'의 대략적인 얼개를 발표한다.
금감원은 대표 유형을 6가지로 구분해 유형별로 40~80% 범위에서 특정 배상 비율을 제시했던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다른 방식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의 정도가 있을 텐데 그 스펙트럼에 따라 배상비율이 차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DLF 분쟁조정 방식은 약간 일률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ELS)에는 그런 방식이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LF 때는 유형을 몇 개로 구분한 뒤 '여긴 몇 퍼센트', '저긴 몇 퍼센트'를 제시하는 형식이었다면 ELS는 워낙 사례도 많고 (배상 비율의) 구성 인자들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2019년 DLF 사태 때는 손실을 본 6건의 사례에 대해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했는데, 사례별 비율은 80%, 75%, 65%, 55%, 40%(2건) 등이었다.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 환자에게 적용된 80% 배상비율은 역대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기본배상비율 30%를 적용하고 여기에 내부통제 부실책임(20%)과 고위험상품 특성(5%)을 더했다. 그런 다음 사례별로 은행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가감 조정했다.
나머지 가입자들도 이들 6가지 사례에서 나타난 배상 기준에 따라 판매 금융사와의 자율 조정 절차를 거쳐 배상을 받았다.
그러나 ELS 책임 분담 기준안이 이러한 방식과 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나이나 가입 경험, 서류 부실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배상 비율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의 자율 배상 논의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배임 등 법률적인 리스크로 선제적인 배상안 마련은 어렵고 금융당국의 기준안을 본 뒤 자율 배상 여부나 방식 등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상품에 대한 판매 규제 개선 논의도 본격화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 기관으로부터 고위험 상품 판매 규제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 중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의견 수렴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며 "어떤 점이 가장 문제가 되는지, 해외 사례는 또 어떤지 등을 물어보는 절차"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 내 판매를 일괄 제한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있는 만큼 '거점 점포' 등 일부 창구에서만 판매를 허용하는 방식 등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사태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돼온 본점 차원의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절차 미비, 판매 직원의 전문성 부족 등과 관련한 제도 개선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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