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4월부터 대마초 합법화…25g 소지·3그루 재배
'대마초 클럽' 공동재배도 가능…학교·운동시설 주변은 금지
의사단체 "영구적 뇌 손상 가능성"…경찰 "암시장 더 활성화"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이 오는 4월부터 대마초를 부분적으로 합법화하기로 했다. 18세 이상 성인은 대마초를 최대 25g까지 개인 소비 목적으로 소지하고 집에서 3그루까지 재배할 수 있다.
독일 연방의회는 23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마약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07표, 반대 226표, 기권 4표로 가결했다.
7월부터는 비영리 대마초 클럽을 통한 자급도 허용된다. 최대 500명의 독일 거주 시민이 모여 공동으로 대마초를 재배할 수 있다. 회원은 클럽을 통해 하루 25g, 한 달에 50g의 대마초를 구할 수 있다. 클럽은 청소년 보호와 중독·예방 담당자를 지정해야 하며 광고는 할 수 없다. 클럽 내에서 대마초 흡연도 금지된다.
개정된 법률의 소지·재배 기준을 넘지 않는 과거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당국에 신청하면 범죄기록을 말소해준다.
학교와 체육시설 100m 안에서는 대마초 소비가 금지된다. 보행자 전용 도로에서도 오후 8시 이전에는 대마초를 피울 수 없다.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대마초를 갖고 있다가 적발되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연방의회는 개정 법률의 시행 시점을 못박았지만 주의회가 연방의회 조정위원회에 요청해 지역별로 합법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연방정부가 대마 합법화를 추진한 이유는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대마초를 양지로 끌어올리면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 청소년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카를 라우터바흐 보건장관은 "현재 대마초 정책은 청소년을 포함한 소비자가 점점 늘면서 실패했다"며 "대마초를 금기의 영역에서 끄집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와 의회는 10년 넘는 논의 끝에 부분 합법화를 결정했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사협회의 클라우스 라인하르트 대표는 WDR방송 인터뷰에서 "대마초는 사용자의 약 10%에게 의존성을 유발한다"며 "25세까지 정기적으로 피우면 영구적 뇌손상을 초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사·사법 당국도 불만이다. 연방정부는 대마초 합법화로 사법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으나 현실은 반대라는 것이다.
연방치안청(BKA)은 논의 과정에서 대마초 합법화로 경찰 업무가 늘어나고 교통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독일수사관협회의 디르크 페글로프 대표는 "합법적으로 재배된 대마초와 불법 대마초를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며 합법화가 암시장을 외려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판사들은 범죄기록 말소 작업으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판사협회의 스벤 레벤 대표는 "전국에서 10만건 이상의 사건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담당 판사가 사건당 1시간씩, 매주 40시간 검토해도 1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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