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국산 크레인은 사이버 위협' 美 주장에 "황당무계"(종합)
中외교부 "美, 힘 남용해 中기업 탄압"…관영매체 "옥수수공장·마늘도 위협이라더니"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정성조 특파원 = 미국이 중국산 항만 크레인을 '사이버 위협'으로 지목하고 자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중국은 미국이 힘을 남용해 중국 기업을 탄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소위 '중국이 항만 크레인 데이터를 원거리 통제한다'는 것은 완전히 황당무계한 말"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국가 역량을 남용하고 이치를 벗어나 중국 제품과 기업을 탄압하며 경제·무역 문제를 도구화·무기화하면 글로벌 산업망·공급망 안보 리스크를 높여 결국에는 스스로를 해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시장경제와 공평경쟁 원칙을 확실히 존중해 중국 기업에 공평·공정하고 비차별적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은 또 본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계속해서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매체도 미국의 조치가 "편집증적"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옥수수 공장과 마늘을 위협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크레인이 국가 안보와 관련한 미국의 최근 억측의 표적이 됐다"면서 "미국 엘리트들은 중국 위협론으로 인식될 수 있는 모든 것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 공군기지 옆의 중국 옥수수 제분소가 염탐 활동에 동원될 우려가 미국 내에서 제기됐던 점과, 한 미국 상원의원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재배되는 중국산 마늘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일을 거론한 것이다.
신문은 이런 주장들은 일부 미국 정치인이 상상 속의 중국 위협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쓰는 통상적 전략이라고도 했다.
작년 초 미국 매체를 통해 중국산 크레인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미국 항만협회(AAPA)가 "미국 항구에서 크레인에 따른 안보 위협은 알려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신문은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말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산 크레인에 대해 사이버 위협 의혹을 제기하고 자국산으로 대체하려는 목적엔 중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것과 미국이 더 넓은 영역에서 더 많은 보호주의적 조치를 취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의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우려가 제기된 중국산 크레인 등 항만 시설을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안경비대에 해양운송체계를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자국의 크레인 생산 기반을 위해 5년간 200억달러(약 26조7천억원)를 투자한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자국 항만에 200개가 넘는 중국제 크레인이 있으며, 점유율은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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