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 가자 휴전 결의안 두고 대혼란…의장 불신임안 제출돼
집권 보수당·SNP 집단 퇴장…노동당 '즉시 인도적 휴전'안 통과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하원에서 가자지구 전쟁 휴전 결의안을 두고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의장 불신임안이 제출되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21일(현지시간) BBC와 텔레그래프지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가자 전쟁 휴전과 관련해 야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제출한 결의안과 제1 야당 노동당· 집권 보수당이 각각 낸 수정안을 두고 논의했다.
SNP 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즉시 휴전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집단적 징벌 중단으로 가장 강경하다.
노동당 안은 즉시 인도적 휴전, 정부 안은 즉시 인도적 멈춤이다.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 결의인 데다가 약간의 문구 차이가 있을 뿐이지만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여론의 관심이 워낙 많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날 의회 밖에는 수천명이 휴전을 촉구하며 시위했다.
이런 가운데 린지 호일 하원의장이 모두 견해를 표현할 수 있게 한다며 세가지 안을 다 상정키로 하면서 하원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관례에 따르면 노동당 수정안은 투표에 부쳐질 수 없는데 호일 의장이 기회를 줬을 뿐 아니라 첫 순서로 올렸기 때문이다.
이날은 SNP가 의제를 설정하도록 지정된 날이고, 통상 야당은 다른 야당의 안건에 찬반 입장만 밝힐 뿐 수정 제안을 하지 않는다.
보수당 측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분개했고 일부는 노동당 출신인 호일 의장이 편을 든다고 비난했다. 보수당은 항의 차원에서 안건을 철회했다.
SNP는 노동당이 자신들의 의제를 뺏어갔으며, 호일 의장이 이를 도왔다고 비난했다.
결국 보수당과 SNP 의원들이 격분해서 집단 퇴장했고, 그 사이에 노동당 안이 정식 투표 없이 구두로 통과됐다.
이는 노동당으로선 가장 바람직한 결과다.
SNP안이 투표에 부쳐지고 자당 의원이 대거 찬성표를 던지면 가자 전쟁을 둘러싼 내분이 밖으로 드러나고 키어 스타머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무슬림 지지자가 많기 때문에 가자 전쟁 이슈에 특히 민감하다.
이후 호일 의장은 "이렇게 끝나게 돼서 후회한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호일 의장에 관한 불신임안에 이미 30여명이 서명하는 등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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