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네안데르탈인, 혼합 접착 물질로 석기 손잡이 만들어 사용"
獨·美 연구팀 "아프리카 초기 현대인류-네안데르탈인 문화 유사성 보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4만여년 전 유럽의 네안데르탈인들이 황토와 아스팔트 성분인 역청을 섞은 혼합 접착 물질로 석기에 손잡이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토 기반 접착 물질은 아프리카에서 초기 호모 사피엔스가 사용한 게 확인됐으나 유럽 네안데르탈인 유적에서는 처음 발견됐다.
독일 튀빙겐 에버하르트 칼스대 패트릭 슈미트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2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프랑스 중기 구석기 유적 르무스티에의 네안데르탈인 석기에서 황토와 역청 등으로 이루어진 혼합 접착 물질 손잡이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럽에서는 처음 발견된 이 혼합 접착 물질을 네안데르탈인이 독자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현대 인류 이전 조상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인지와 문화를 이루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도구 조각을 붙이는 데 사용된 접착제 같은 고대 재료는 초기 현대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인지 능력과 문화를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소재 중 하나다.
20세기 초 발견된 르무스티에 석기는 중기 구석기 시대인 12만~4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것으로 현재 베를린 선사 및 초기 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 석기들은 1960년대부터 개별포장 상태로 보관돼 유기물질 등이 잘 보존돼 있다.
연구팀은 르무스티에 석기들을 재분석해 긁개(scraper)와 돌을 떼어낸 격지석기(flake), 돌날(blade) 등에서 황토와 역청이 섞인 물질의 흔적을 발견했다.
석기에서 채취한 혼합 접착 물질에는 황토가 55%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미트 교수는 "황토 함량이 50%가 넘는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역청은 그대로 접착제로 사용할 수 있지만 황토를 많이 섞으면 접착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접착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액체 역청을 황토와 섞으면 접착력이 강하면서도 다루기 쉬운 혼합 접착 물질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슈미트 교수는 액체 역청에 황토를 55% 첨가하자 주물러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반죽 덩어리가 됐다며 이 혼합물은 접착력이 좋아 석기에 잘 달라붙었지만, 손에는 붙지 않아 손잡이로 사용하기에 적합했다고 말했다.
또 현미경으로 르무스티에 석기의 마모 흔적 등을 조사한 결과, 이 혼합 접착 물질이 실제 석기의 한 부분에 부착돼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저자인 미국 뉴욕대 라두 이오비타 교수는 "이 석기들은 아프리카의 초기 현대 인류가 만든 석기와 대체로 유사하지만, 제작법은 휴대용 석기 손잡이를 만드는 네안데르탈인만의 방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기 구석기(약 30만~3만 년 전)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은 역청, 나무 수지, 자작나무 껍질 등으로 접착 물질을 만들었으나 아프리카의 초기 호모 사피엔스는 포도카푸스 나무나 다른 자연적인 끈적이는 물질에 황토, 석영, 뼛조각 등을 섞어 접착 물질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미트 교수는 "르 무르티에 지역에서는 황토와 역청을 먼 곳에서 채취해야 했기 때문에 이 접착 물질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이 연구는 아프리카의 초기 호모 사피엔스와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이 비슷한 사고 패턴을 가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Advances, Patrick Schmidt et al., 'Ochre-based compound adhesives at the Mousterian type-site document complex cognition and high investment', 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l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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