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의해 끌려간 우크라 어린이 11명 가족 품으로…카타르 중재

입력 2024-02-21 09:31
수정 2024-02-21 17:24
러에 의해 끌려간 우크라 어린이 11명 가족 품으로…카타르 중재

2년만에 귀환…개전 후 어린이 2만명 끌려간 것으로 추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의해 강제로 러시아 본토나 점령지로 끌려갔던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청소년 11명이 약 2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했다고 AF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저녁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청소년 총 11명은 벨라루스에서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에서 그들을 기다리던 가족들을 만났다.

어린이들은 전날 모스크바 주재 카타르 대사관에 있다가 벨라루스로 이동했고, 이후 국경지대 1㎞ 정도를 걸어 우크라이나로 건너갔다. 일부 어린이들은 친척들을 모스크바에서 만났다.

이날 귀국한 어린이 중 건강 상태가 위독한 두 명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친척들은 이날 6시간 넘게 대기하다가 마침내 만난 아이들과 포옹했다고 AFP는 전했다.

이날 귀환한 아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올렉산드르(16)는 수줍게 웃으면서 "새 삶이 시작됐다. 기쁘고 약간 긴장된다"고 말했다.

올렉산드르는 2022년 7월 어머니, 형과 함께 러시아가 점령한 루한스크 지역을 자동차로 탈출하던 중 포격으로 가족을 잃었다.

이후 올렉산드르는 루한스크 점령지 관리들에 의해 루한스크 주립 기숙학교로 보내졌다가 이번에 벨라루스를 통해 국경을 넘어 친척의 품에 안긴 것이다.

이날 올렉산드르를 전쟁 발발 처음 이후 만난 이모 빅토리아(47)는 점령지 관리들이 조카의 서류를 가져간 뒤 "떠나지 못하게 정신적으로 압박했다"며 올렉산드르는 이후 가끔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며 사망하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빅토리아는 조카와 함께 키이우 근처 지토미르에서 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키이우에서 온 컴퓨터 개발자 세르기이(36)도 부모를 잃은 조카들과 국경에서 만났다.

조카 레우(13)와 즈하즈민(10) 형제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러시아 점령지인 마리우폴에서 먼 친척과 함께 살았다.

이 친척은 2022년 봄 마리우폴이 격렬한 전쟁터가 되자 아이들을 모스크바 근교로 보냈다.

세르기이는 그 친척이 "아이들을 돌보고 싶지 않아서 주립 보육원에 맡긴 것"이라며 "아이들을 되찾아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자녀가 없다는 그는 형제의 아버지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날 귀환한 어린이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나 점령지로 강제 이송한 어린이 중 일부다.

우크라이나 추산에 따르면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어린이 2만여 명이 러시아로 끌려갔다.

러시아가 이들을 상대로 체계적인 정체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는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런 러시아의 행위를 "대량 학살"이라고 표현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귀환이 성공한데는 카타르의 중재가 있었다고 AFP는 전했다.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위원장은 칼리드 빈 칼리파 빈 압둘아지즈 알 타니 카타르 총리를 만나 어린이와 민간인의 귀환에 대해 논의하고 돌아왔다며 "중재자를 통한 새 접근법이 있으며, 그 결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세부 사항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카타르가 이 사안에 대해 최대한의 관심을 보였다고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하디 나세르 만수르 카릴 알 하지리 주우크라이나 카타르 대사는 카타르가 더 많은 사람을 데려올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측으로부터의 요청이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다"라며 "전쟁 포로와 정치범, 아이들을 데려오는 등 모든 가능성에 우리는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카타르는 2023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약 30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고국으로 귀환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고 대사는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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