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경쟁심판원, 당국의 ANZ·선코프 은행 합병 불허 뒤집어

입력 2024-02-20 13:10
호주 경쟁심판원, 당국의 ANZ·선코프 은행 합병 불허 뒤집어

ANZ 4조3천억원에 선코프 은행부문 인수…"경쟁 해치지 않고 공익에 부합"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경쟁심판원이 호주뉴질랜드은행(ANZ)과 선코프 그룹의 은행 부문 합병을 불허한 경쟁 당국의 결정을 뒤집고 두 금융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20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심판원은 ANZ의 선코프 은행 인수에 대해 "경쟁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며 "인수로 인해 예상되는 통합과 생산 효율이 대중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와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전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이나 퀸즐랜드주 농업·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ANZ를 비롯한 호주의 4대 은행이 전체 은행 자산의 72%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 시장도 이들에 의해 과점 된 상태라며 ANZ가 선코프 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이 약간 올라갈 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코먼웰스 은행과 웨스트팩, 국립호주은행(NAB)과 함께 호주 4대 은행으로 꼽히는 ANZ는 2022년 금융그룹사인 선코프의 은행 부문을 49억 호주달러(약 4조3천억원)에 인수·합병하기로 했다.

하지만 ACCC는 지난해 8월 두 은행의 합병을 불허했고, ANZ와 선코프는 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심판원의 이번 판단에 대해 합병의 최종 승인 권한이 있는 짐 차머스 재무부 장관은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ANZ의 셰인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합병이 끝날 때까지 아직 여러 과정이 남아있지만, 심판원의 이번 결정은 중요한 이정표이자 진전"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합병이 완료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올해 중반에는 합병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심판원은 호주 경쟁·소비자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으로 ACCC의 합병이나 담합, 독점 관련 처분에 대해 불복할 경우 이를 심리하는 역할을 한다.

심판원은 2019년 보다폰과 TPG 텔레콤의 합병을 불허한 ACCC의 결정도 뒤집은 전력이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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