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 막은 미국 셰일 오일 붐 '시들'…"성장 가능성 사라져"
전년 대비 하루 생산량 증가폭 100만배럴→17만배럴
"다시 늘어날 수 있어"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지난 2년간 글로벌 석유 가격 급등을 막아주던 미국의 셰일 오일 붐이 시들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전년 대비 하루 17만 배럴 증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3년에 전년 대비 하루 100만 배럴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대폭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16년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미국의 셰일 오일은 최근 중동지역 분쟁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혼란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유가 급등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2022년 초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이후에는 미국 민간 생산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셰일 오일 생산에 나섰다.
하지만 유가가 떨어지면서 작년에 시추업체들이 대거 사업장을 정리했다. 다른 기업에 인수된 업체도 많았다.
업체들을 인수한 대기업은 새로운 유정을 찾아 시추하는 것보다 주주에게 배당금을 돌려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원자재 연구 책임자 폴 호르넬은 "누군가가 아주 극적인 혁신 기술을 내놓지 않는 한 셰일 오일 업계가 성장할 가능성은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주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도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 추정치를 낮추고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75~80달러에서 80~8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다이아몬드백에너지가 비상장사 엔데버 에너지를 인수하면서 앞으로 비용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업계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엔데버와 같은 민간 기업은 최근 몇 년간 유가가 오르면 생산량을 늘리고 하락할 때는 생산량을 줄이면서 전체적인 공급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왔다.
S&P 글로벌 커머더티 인사이트에 따르면 엔데버를 포함한 10개 민간 원유 생산업체는 2019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미국 최대 셰일 오일 산지인 퍼미안 분지의 생산량 증가분 절반을 차지했다.
서부 텍사스와 남동부 뉴멕시코에 걸쳐 있는 퍼미안 분지는 팬데믹 이후 미국의 셰일 오일 대부분을 생산한 곳이다.
작년에 미국은 하루 약 1천29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했는데, 이는 사상 최고치이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양이다.
하지만 미국의 석유 굴착 장비 수는 2022년 말 이후 20% 가까이 줄어 이제 약 500개 정도다.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 석유 산업이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고 본다.
맥쿼리의 에너지 전략가인 월트 챈슬러는 시추 장비가 줄어들면 장비당 효율은 높아지기 때문에 올해 12월에는 미국 원유 생산량이 전년 동월 대비 하루 66만 배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남은 민간 업체나 새로 생기는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다.
챈슬러는 "우리는 작업을 중단했던 이들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올해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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