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PBR 개혁 3가지 성공 요인은…"체면·후발주자·도쿄거래소"
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닛케이 선임기자 "문화적 특징 덕분에 빠르게 개혁"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일본의 '저PBR(저가순자산비율)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일본인 특유의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와 후발주자로서의 태도, 거래소의 막강한 영향력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현지 증시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일본의 성공 요인이 한국에서 통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 문화에 맞게 강력한 규제를 내놓는 편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됐다.
고다이라 류시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금융 전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은 19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의 '저PBR 개혁' 정책의 성공 요인을 이 같이 짚었다.
지난해 3월 시행된 도쿄증권거래소의 '저PBR 개혁'은 우리 정부가 오는 26일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롤모델격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PBR 1배 이하인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고, 이 같은 조치는 외국인 투자자의 호응을 얻어 최근 닛케이225지수가 역사적 고점에 근접하게 상승하는 데 기여했다.
고다이라 기자는 도쿄증권거래소의 PBR 개혁 조치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일본인의 체면을 중시하는 성격과 후발주자로서 모범사례를 충실히 따라가는 문화, 거래소의 막대한 영향력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일본은 같은 산업에 있는 회사가 주주가치를 증진시키면서 좋은 계획 발표하게 되면 같은 업계에 있는 회사도 따르게 된다. 안 그러면 체면이 구겨지기 때문"이라며 "증권거래소는 이런 기업의 관행을 잘 포착해서 (기업가치 제고를)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기업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걸 잘하기보다는 굉장히 좋은 양식, 모범 사례들을 따르는 걸 잘 한다"며 "도쿄증권거래소가 모범 사례들과 좋은 템플릿을 잘 제시했다"고 짚었다.
'PBR 개혁'을 주도한 도쿄증권거래소에 대해선 "일본 시장에 있어서 어마어마한 영향력 갖고 금융 당국과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1949년 도쿄증권거래소 설립 이후 역대 최고경영자(CEO) 18명 가운데 6명이 노무라, 다이와증권 등 대형 투자은행(IB) 출신으로 기업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다이라 기자는 도쿄증권거래소의 이 같은 노력과 그를 충실히 따르는 기업들 때문에 미쓰비시 같은 기업은 최고주주활동책임자(CSEO·Chief Stakeholder Engagement Officer) 선임과 주주를 위한 별도의 웹페이지 개설 등을 통해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문화적인 특징 덕분에 주식시장이 빠르게 개혁할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도쿄증권거래소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을 잘 따르는데 한국도 유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우리 대기업은 만만치 않고, 일본 도쿄거래소는 최고 엘리트들이 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꼭 그런 형태로는 아닌 것 같다"며 "그래서 정부의 탬플릿이 아주 디테일하고 정교한 액션플랜을 요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다이라 기자는 "체면 문화, 거래소의 권위가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 요인이라면 모든 걸 양식화하고 기업 문화에 녹여내는 게 유효한 전략이 될 것 같다"며 "한국에서는 좀 더 엄격한 규제, 규정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여겨진다면 (한국의) 증권거래소에서 좀 더 엄격하고 딱 떨어지는 규제를 마련해서 상장사에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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