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 점령 57년 '적법한가'…역사적 국제재판 시작한다
국제사법재판소, 서안지구 장기 점령 등 적법성 심리
팔 "국제법 위반" vs 이 "안보 위해 어쩔 수 없어"
판결 구속력 없어…국제여론에 영향 줄 듯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넉 달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967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점령이 적법한 것인지를 가리는 역사적인 재판을 시작한다.
AP 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는 15명의 국제 재판관과 관련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19일(현지시간)부터 총 6일에 걸쳐 이 사안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다.
이번 재판은 2022년 12월 유엔이 이스라엘의 점령 적법성과 관련해 ICJ의 조언을 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유엔 총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합병하고 이곳에 정착하는 게 합당한지와 관련해 ICJ에 조언을 요청했다"면서 "ICJ의 판단을 구하려는 사항에는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의 인구 구성 및 지위를 바꾸고 이와 관련된 차별적 조치를 도입한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중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이후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고 이 지역에서 가장 민감한 성지가 있는 동예루살렘을 서예루살렘에 병합해 수도로 삼기도 했다.
정착촌 감시단체 피스 나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 146개의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했고, 거주하고 있는 이스라엘인은 50만명이 넘는다.
동예루살렘에는 20만명의 이스라엘인이 살고 있는데 이곳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새로운 집을 짓거나 기존 집을 확장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등 차별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제사회 여론은 이스라엘에 불리한 상황이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동예루살렘 병합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측 대표자들은 앞서 기자들과 만나 19일 첫 심리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이 국제법의 세 가지 핵심 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을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점령지의 대규모 합병을 통한 영토 정복 금지를 위반했고,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침해했으며,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심리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서면 진술서 등을 통해 평화협정이 없는 상황에서 안보를 위해 점령이 필수적이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발 샤니 히브리대 법학 교수는 이스라엘인 1천200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인질로 끌려간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이스라엘의 논리를 강화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철수한 지역이다.
재판에서 팔레스타인의 진술이 끝나면 51개 국가와 아랍연맹, 이슬람협력기구, 아프리카연합 등 3개 단체도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다.
판결이 나오는 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ICJ 판결은 이행을 강제하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재판이 국제법과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여론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샤니 교수는 "이 사건은 전쟁과 이미 매우 양극화된 국제 환경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에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수많은 비난과 혐의, 불만을 법원에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CJ가 이스라엘 점령정책의 적법성을 판단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ICJ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 일부에 걸쳐 건설한 분리 장벽이 국제법에 반한다고 판결하고 즉각적인 건설 중단을 명령했으나, 이스라엘은 이 판결을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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