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트럼프 성토장 된 뮌헨안보회의…중동은 협상 난항(종합)
서방·우크라, 연일 날선 발언…美 "종전하면 러 손해배상해야"
"나발니 사망은 내정" 중국에 유탄…카타르 총리 "최근 협상 좋지 않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세계 최대 안보분야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회의 이틀째인 17일(현지시간) 각국 정상과 외교 대표들은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위협을 놓고 거의 한목소리를 냈다.
◇ 젤렌스키 "푸틴, 원하면 누구든 죽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푸틴은 야권 지도자든 자신에게 표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든 원하면 누구나 죽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어깃장을 놓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인스타그램이 아닌 진짜 전쟁이 뭘 의미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키이우에 와서 전장을 직접 보라고 거듭 요구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역사는 푸틴 같은 침략자를 처벌하지 않고 영토를 점령하도록 허용하면 계속 그렇게 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종전 이후 러시아의 손해배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이 친트럼프 강경파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지원에 대해서는 "정치적 게임을 할 수는 없다"며 예산안 통과에 애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날에는 나토 동맹국 경시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고립주의 성향을 두고 "위험하고 불안정하며 참으로 근시안적"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최근 러시아 당국의 수배자 명단에 오른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이날 패널 토론에서 "침략이 어디선가 성과를 거두면 다른 곳에서도 침략을 유도해 세계 안보가 위태로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면 결국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고립주의에도 경고했다.
◇ "나발니 사망은 러시아 내정" 중국에도 비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2년째 전쟁 중인 데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나토 동맹 위협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이미 예고됐다. 여기에 개막일인 전날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비판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이날 회담에 앞서 나발니의 명복을 빌며 1분간 묵념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지난해에 이어 초청받지 못한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국 입장을 방어하는 데 주력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는 중국의 최대 이웃 국가다. 중러 관계는 '동맹을 맺지 않고, 대결하지 않으며,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기초 위에서 안정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미 건설적인 일을 많이 했다"며 우크라이나 위기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는 데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왕 주임은 중국이 "세계 안정을 위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리스킹(위험완화)을 명분으로 한 서방의 견제를 두고는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고립된 호수로 나뉠 수 없는 대양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나발니의 사망이 "러시아의 내정"이라며 AFP통신의 논평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판을 피해 가지 못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모두 이것이 러시아 권위주의 체제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러시아 내부 문제가 아니다"라며 "나발니는 본질적으로 푸틴에 맞설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형을 선고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 미, 이스라엘-아랍 관계 "특별한 기회"…네타냐후는 "라파에 병력 투입"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는 각국 대표단이 따로 회담을 벌이기도 했으나 눈에 띄는 진전 소식이 전해지지는 않았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를 잇따라 만났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이날 저녁 대담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중단시키는 게 하마스의 목표 중 하나라며 "그래서 사우디와 관계 개선은 하마스가 저지른 일에 대한 명백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도 패널 토론에서 앞으로 몇 달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특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로 나아가는 게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팔레스타인 건국과 연계한 휴전안을 제시한 바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중단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논의를 최근 미국 측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할지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정부와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인질석방 협상을 중재하는 카타르의 알사니 총리는 대담에서 "협상이 곧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하지만 최근 며칠간 양상은 정말 전도유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날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질 협상과 무관하게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병력을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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