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자 휴전 압박하면서 이스라엘에 무기 제공한다

입력 2024-02-17 15:20
미국, 가자 휴전 압박하면서 이스라엘에 무기 제공한다

"라파공격 준비 시점에 정밀폭탄 등 수백억원 규모"

조건도 없어…전문가 "분쟁에 기름 부으며 진화하는 꼴"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 폭탄 등 무기를 추가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전현직 미 당국자들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제공할 무기는 MK-82 폭탄과 KMU-572 합동직격탄 각 1천여발 등 수천만달러(수백억원)어치 규모다.

이중 MK- 82 폭탄은 공격 정밀도가 떨어지지만, 이스라엘이 이 폭탄에 장착해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세부 방안은 의회 통보 전에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무기 전달 계획은 이스라엘이 100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몰린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을 준비하는 시점에 추진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피란민 속에 숨어 있는 하마스 대원들을 소탕하기 위해 라파 지역 군사작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이 초안을 작성한 무기 이전 평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지속적인 지역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신속한 무기 획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무기 제공과 관련, 잠재적인 인권 문제는 없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은 중대한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보안군에 책임을 묻는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번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에 약 2만1천개의 정밀 유도무기를 제공했으며, 이스라엘은 이중 절반가량을 사용했다.

남아 있는 무기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19주 이상 전투를 지속하는 데 충분한 분량이라고 미 정보 당국이 평가했다.



이런 기간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로 전선을 확대할 경우 며칠로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인 참사를 우려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억제하려고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경한 태도에 좌절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조건을 다는 것을 배제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군사적 지원에 조건을 부과하는 관행을 통해 동맹국이나 우방에 지렛대를 행사해왔다.

안보 분석가들은 미국의 추가 무기 제공은 가자지구 전쟁이 위험한 새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는 시점에 미국이 이 전쟁을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영향력은 줄어드는 신호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의 브라이언 피누케인 선임고문은 "미국은 지역 분쟁에 기름을 붓는 동시에 불길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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