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AI 어디까지 왔나…데멍이·편쪽이부터 루시까지

입력 2024-02-18 07:05
유통가 AI 어디까지 왔나…데멍이·편쪽이부터 루시까지

검색·추천·챗봇에서 무인화·초개인화 서비스로 진화 중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유통가의 인공지능(AI) 활용 수준이 검색·개인 맞춤형 추천·챗봇 상담 기능에서 무인·초개인화 서비스 등 다각도로 진화하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커머스뿐 아니라 백화점·마트·편의점·홈쇼핑 등 업계 전반에서 'AI 개발과 활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컬리는 자체 개발한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 일명 '데멍이'를 통해 선발주 기술을 최적화해 상품 폐기율을 1%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데멍이는 기존 주문과 일별 상품 판매량, 매출, 고객 행동 데이터, 구매 이력, 성향, 날씨, 요일, 프로모션 등 일평균 수천만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문이 지역별로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한다.

예컨대 컬리는 데멍이 예측에 따라 일요일 새벽 귤 농가에 100상자를 발주해 당일 수확한 상품을 물류센터로 입고하고 동시에 고객 주문을 접수해 월요일 새벽 배송을 완료한다. 안 팔린 귤은 선주문량의 1%인 1상자에 불과하다.

데멍이 덕에 고객은 갓 수확한 상품을 먹을 수 있고 컬리는 판매하지 못한 상품 때문에 발생하는 손해를 최소화한다.

컬리 관계자는 "AI 전문가 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이들을 포함해 개발자가 300명 정도"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는 AI 캐릭터인 '편쪽이'를 활용해 유튜브 숏츠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챗GPT에 '실패 없는 하이볼 레시피' 등 GS25 상품 관련 내용을 물어볼 때 나오는 정보를 각색해 만드는 MZ 세대 겨냥 콘텐츠이다.

GS25는 챗GPT와 AI 기술로 상품 개발과 패키지 디자인도 한다.

챗봇 서비스인 아숙업(AskUp)을 통해 맛·알코올 도수·레시피·디자인·상품명·가격을 모두 정한 '아숙업 레몬스파클 하이볼'을 출시했고 제철 열무 샐러드 등은 AI로 패키지를 디자인했다.

GS25 관계자는 "AI와 챗GPT는 업무 효율성과 실용성을 가져오고, 그동안 유통업계에서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를 지원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GS25와 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는 고객이 바코드를 찍는 셀프 계산 무인 편의점과 달리 물건을 골라서 출구로 나오면 입장할 때 등록된 결제 수단으로 자동 결제되는 AI 편의점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AI 카메라가 고객의 행동을 파악하고, 상품 이미지 정보와 선반에 설치된 무게 센서 정보 등을 더해 계산되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3월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도입해 광고 카피·판촉 행사 소개문 등 마케팅 문구 제작을 맡겼다.

루이스에게 봄과 입학식을 키워드로 하고, 향수 광고 문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 '향기로 기억되는, 너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루이스는 하루 평균 마케팅 제목과 본문 각 330건을 생성해 낸다. 그 덕에 2주가량 걸리던 행사 홍보문구 선정 소요 시간을 3∼4시간으로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효과가 입증되자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에도 루이스를 활용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는 AI 기술로 구현한 아바타 쇼호스트와 고객이 요청한 다양한 아이템 착용 모습을 실시간 3D 이미지로 보여주는 방송을 잇달아 선보였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8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가상 인간 쇼호스트 루시를 내세운 패션 프로그램 '루시톡라이브'를 매주 목요일 오후 진행한다.

루시의 AI 아바타를 구현하고 음성합성 기술로 목소리를 송출하는 방식이다.



롯데백화점은 AI 아티스트 노엘 반다이크와 협업해 봄철 백화점 내·외부를 장식할 비주얼 테마를 선보였고, 롯데온은 작년 6월부터 글로벌 AI 기업인 업스테이지의 상품 추천 AI를 도입해 활용 중이다.

아울러 롯데쇼핑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전국 6곳에 건립하는 고객풀필먼트센터(CFC)는 AI에 기반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상품 피킹과 패킹, 배송 노선을 고려한 배차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미 2017년부터 AI를 화두로 삼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왔으며, 김상현 부회장은 작년 9월 롯데의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 전환을 목표로 내세웠다.

롯데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광고 제작 서비스, 개인화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통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그룹도 이마트 산하에 AI 및 데이터 기술 관련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AI로 매일 수만 가지 상품에 대한 고객 리뷰를 점검해 불만 등 이슈에 대응하고, 점포·물류센터별 에너지 사용량 예측과 행사효과 예측 등에도 AI를 사용한다.

특히 이마트는 컴퓨터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삼겹살의 지방 비율을 측정, '비계 가득 삼겹살'을 판매하는 일이 없도록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중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유통가의 AI 활용은 상품 검색과 추천에서 시작해 수요예측, 챗봇을 활용한 고객 응대 등으로 확대됐으나 갈 길이 멀다"며 "편의점 등 점포 무인화와 초개인화 서비스에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마케팅 등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교수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무인화를 위한 AI 장비 등 초기비용은 기술 발전으로 점차 저렴해지고 인건비·임대료는 점차 올라 5년 정도 뒤에는 무인화 모듈형 매장이 전국 곳곳으로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성형 AI를 통해 고객의 데이터와 추천하는 상품을 엮어 이 상품을 왜 추천하는지 스토리텔링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도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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