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7조 투입 홈플러스 마이너스 손…내수기업 투자 낙제점
홈플러스 7조2천억원에 인수 9년째…재매각 가능성 냉랭
네파는 약 1조원에 인수한 지 11년째 '아픈 손가락'
"bhc, 4천700억 배당…MBK 등 소수주주 주머니만 채운 꼴"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신선미 차민지 기자 = 국내 유통가에서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최근 10여년간 국내 내수 기업들을 잇달아 사들여 쓴맛을 보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중 하나인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간 지 9년째에 접어들었으나 직원과 점포는 대폭 줄고 실적도 악화하면서 기업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MBK는 아웃도어 업체 네파를 11년째 안고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
MBK가 투자한 치킨프랜차이즈 bhc는 경쟁사와 소송, 가맹점주 상대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MBK 투자 기업의 과도한 배당이나 인력과 자산 구조조정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18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MBK는 2013년 블라인드 3호 펀드를 조성해 2015년 9월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무려 7조2천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7조2천억원'의 인수가격은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바이아웃(buyout) 거래로 꼽혔다.
자본시장에선 MBK가 7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실제 투자 후 통상 5년 안에 기업가치를 올린 뒤 재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모펀드 운영 방식과 달리 MBK는 9년째 홈플러스에서 엑시트를 못 하고 있다.
유통업계 내부에서도 홈플러스 재매각 가능성에 대한 시선은 냉랭하다.
우선 온라인쇼핑 급성장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 인기가 식었다.
홈플러스는 점포 수를 2019년 6월 말 140개에서 작년 6월 말 131개로 줄였다.
직원 수는 2만3천명에서 2만명으로 대형마트 3사 중 가장 많은 3천명이나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 내부에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수조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통째로 인수할 기업이 과연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MBK가 홈플러스를 경영하는 동안 기업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금융 4조3천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경기 안산점 등 20여개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S&LB) 방식으로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홈플러스 경쟁력이 약화했고 실적 반등도 쉽지 않다며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했다.
한신평은 "홈플러스는 대주주 변경 이후 자산매각 등을 통한 인수금융 상환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설비투자 규모를 많이 축소해 점포당 매출이 감소하는 등 자체 집객력이 저하됐다"며 "2016년∼2020년 진행된 S&LB로 고정 현금지출 부담은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실적도 부진하다.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가기 전인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만 해도 2천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천335억원과 2천6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홈플러스가 지난 달 인사에서 MBK 김광일 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직에 임명하자 업계와 자본시장에선 매각 등의 엑시트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김 부회장은 MBK의 홈플러스 인수를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업계는 MBK 입장에서 홈플러스를 통째로 인수할 기업이 없으면 지역별로 강점이 있는 중소 마트·식자재 마트 등에 분할 매각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네파 역시 MBK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인수 후 실적 부진이 계속되며 11년째 네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MBK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정점을 찍던 2013년 4월 네파 지분 94.2%를 인수했다.
9천970억원의 인수대금은 4천800억원의 인수금융과 2008년 조성한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조달했다.
그러나 2013년 매출 4천704억원과 영업이익 1천182억원, 순이익 1천52억원을 거둔 네파의 실적은 MBK로 피인수 이듬해인 2014년부터 악화하기 시작했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천804억원, 67억원까지 급감했고 1천168억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폭이 커졌다.
MBK는 현재로서는 네파 매각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네파 관계자는 "구체적인 엑시트 계획에 대해서는 의견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네파는 2022년에 3천29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 271억원과 순이익 2억7천만원을 거뒀다.
bhc의 경우 MBK가 투자한 후 실적은 성장했으나 경쟁사와 소송, 가맹점 상대의 갑질 등으로 수년째 논란의 중심에 있다.
MBK는 지난 2018년 박현종 당시 bhc 회장이 bhc 인수를 추진할 때 컨소시엄에 참여해 첫 투자를 진행했고 현재 보유 지분을 45%까지 늘렸다.
박 회장이 지난해 갑작스럽게 bhc 지주사인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의 대표이사에서 해임되자 업계에선 투자사인 MBK와 갈등이 있었거나 매각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bhc는 BBQ와 수년째 소송을 진행하면서 자체 '리스크'(위험)를 키웠다.
MBK는 bhc에 투자한 뒤 지분 처분 시도나 엑시트 계획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bhc는 MBK가 투자에 참여한 2018년부터 재작년까지 5천억원에 가까운 배당을 하면서 소수 투자자의 배를 불려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bhc의 과도한 배당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에 따르면 bhc가 지난 2018∼2022년까지 주주들에게 배당한 규모는 4천696억원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bhc 영업이익인 5천840억원의 80.4%에 해당한다.
bhc 매출은 2018년 2천376억원에서 2019년 4천47억원, 2020년 4천776억원, 2021년 6천164억원, 2022년 1조110억원 등으로 네 배로 불어났다.
김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MBK가 인수한 이후 영업이익의 80%가 넘는 4천696억원이 4개 극소수 주주에게 배당됐다"며 "이 과정에서 가맹점과의 상생은 철저히 배제됐고 MBK 등 소수 주주의 주머니만 채워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부재훈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저희가 주주로서 배당을 직접 받은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실적 성장의 이면에 MBK 투자 이후 가맹점주 상대의 폭리나 갑질에 대한 논란이 잦았다.
bhc는 지난 2022년 7월 해바라기유 공급가를 한 번에 61% 올라 점주들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bhc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물품 공급을 중단해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3억5천만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2005년 3월 설립된 MBK파트너스는 흔히 기업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사모펀드 중 하나다. 아시아에서 기업을 인수해 몇 년 후 비싸게 되파는 바이아웃(buyout) 전략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창업자 김병주 MBK 회장은 작년에 자산 97억 달러(약 12조8천억원)로 미국 경제지 포브스 선정 한국 자산가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자인 김 회장은 2020년 12월 시민단체로부터 역외탈세 혐의로 고발당해 장기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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