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美 물류회사 근무' 중국인 간첩혐의로 구금"

입력 2024-02-16 11:16
"中 당국, '美 물류회사 근무' 중국인 간첩혐의로 구금"

가디언 "다롄서 4개월간 프리랜서 근무와 연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이 미국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중국인 1명을 간첩 혐의로 구금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적 50세 여성 에밀리 천은 거주지인 카타르 도하를 떠나 지난해 12월 중국 난징 루커우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남편인 미국인 마크 렌트씨에 따르면 천씨는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내 "착륙했지만, 공항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천씨의 아들은 나흘 뒤 다롄시 국가안전국으로부터 어머니가 "외국인들에게 국가기밀을 불법적으로 제공한 혐의로 12월 30일 구금됐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족들은 천씨가 미국 물류회사에서 다롄에 사무실을 개설하는 것을 도우며 지난해 초부터 4개월간 프리랜서로 일한 것 외에는 다롄과의 인연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근무한 미국 회사 세이프 포츠는 천씨가 사무실 공간 물색 등을 포함해 순수한 관리 업무만을 담당했다며 구금 사유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는 사업성 검토 등을 거쳐 결국 다롄으로의 사업 확장 프로젝트도 접었다.

가디언은 그의 구금 사유가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 회사에 근무한 것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다롄은 중국의 주요 해군기지가 있는 곳으로 공산당 지도부가 추진하고 있는 군민융합 발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세이프 포츠는 과거 미국 국방부와 협력해 아프가니스탄에 병력 공급을 지원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관심을 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국적인 천씨의 아들 역시 지난주 상하이에서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출국 금지된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은 천씨가 현재 이른바 '주거지 감시' 상태로 다롄의 모처에 구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렌트씨는 미국 대사관에도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내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 비용 마련 등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7월 '반간첩법'이 강화된 뒤 외국 기업과 연관된 외국인과 자국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중국에서 40년 동안 근무한 영국인 기업가가 해외에 불법적으로 정보를 판매한 '간첩 혐의'로 중국 법원으로부터 5년 형을 선고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 방첩기관 국가안전부는 지난달 8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최근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제3국 인물을 이용해 대(對)중국 간첩 활동을 하게 한 사건을 적발했다"며 관련자 검거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3월 간첩 혐의 등으로 체포한 일본 대형 제약회사 직원을 같은 해 9월 형사 구류하기도 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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