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가자 남단 피란민, 공습에 혼란…이집트로 넘어갈 수도"
"라파 피란민 일부, 북쪽 방면 이동…'안전한 곳 대피'는 환상"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교전 중인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습하고 대규모 군사작전까지 준비하면서 이 지역에 몰려든 피란민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가자지구 주민 절반 이상이 피신한 라파마저 참혹한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미 일부 피란민들은 다시 북쪽으로 이동했고, 인접국인 이집트로 많은 주민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15일(현지시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작년 10월 전쟁 발발 후 지속된 피란민 유입으로 100만명 이상이 밀집해 있는 라파는 이미 공습에 노출됐다.
라파로 숨어든 하마스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표를 세운 이스라엘군의 전투기 공습 등이 지난 12일 발생했다. 이 지역에서 대규모 지상 작전을 벌이는 방안도 이스라엘군은 준비하고 있다.
OCHA는 "전쟁 발발 후 라파가 과밀화하면서 주민들은 식량과 의료서비스 부족에 시달렸고, 지상전 가능성으로 극심한 혼란과 불안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일부 피란민은 라파를 빠져나와 가자 중부 도시인 데이르 알발라와 안 누세이라트로 이동해 이 지역에 있는 피란민 보호시설에 도착했다고 OCHA는 밝혔다.
문제는 가자지구에서 안전을 보장할 만한 곳이 없다는 점이다. 라파로 가자지구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든 것은 그나마 가장 안전하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이곳마저 공습에 노출되면서 피란민들에게 대안이 될 지역은 사실상 없다고 유엔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단행되면 라파의 피란민들이 대거 이집트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유엔은 관측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각국 대표부 관계자들에게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 됐다"며 "피란민들은 이집트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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