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본심? 페이크? "트럼프보다 바이든…예측가능한 구식"(종합)
바이든 건강 논란에는 "나는 의사 아니야, 이상징후 발견 못 해"
터커 칼슨 맹탕 인터뷰 논란에는 "날카로운 질문에 준비돼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러시아에 유리한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스푸트니크,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국 국영방송 로씨야1 인터뷰에서 "(둘 중에) 누가 우리(러시아)에게 더 좋으냐"는 물음에 "바이든"이라고 답변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 선택은) 바이든이다. 그는 더 경험이 있고 더 예측가능한 인물이며 구식 정치인"이라며 "그렇지만 우리는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어떠한 미국 대통령과도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푸틴 대통령이 발언이 솔직한 견해 표명인지 전략적 선전인지 불투명하다.
러시아의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려할 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영토 20% 정도를 점령한 채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다.
안보 전문가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우크라이나전 승패의 중대 갈림길로 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기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재집권 때 미국 재정을 아끼려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과 관계없이 즉각 타협을 통해 전쟁을 끝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때부터 푸틴 대통령을 향해 종종 공개적 찬사를 보내며 스트롱맨간 케미를 과시해왔다. 지지난 대선 당시 불거졌던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측간 내통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로 집권 1기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제재하는 방식으로 주권국 침략에 대한 책임을 묻고 미국식 자유 민주주의 세계질서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러시아와 적대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나토 동맹이 러시아 공격을 받더라도 보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운운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대선 유세에서는 나토 집단방위 의무를 자의적으로 저버릴 가능성을 국방비 증액이 미진한 동맹국을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기겠다는 말까지 꺼내 파문을 일으켰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안보분담론에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며 짐짓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유럽인들의 국방지출 증액을 강압하길 원하고 유럽인들이 보호받는 대가로, 즉 핵우산 아래에 있는 대가로 미국에 돈을 내도록 하기를 원한다"며 "모르겠다. 그들의 문제이니 그들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고령 논란'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나는 의사가 아니어서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이어 2021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을 때 그의 건강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그는 때때로 자신의 노트를 들여다봤지만, 솔직히 나도 내 노트를 봤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관련, 푸틴 대통령은 그가 최근 러시아제국 유대인 학살에 관해 말하면서 '키이우와 인접 영토가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것이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면서 "그는 우리 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진행한 미국 언론인 터커 칼슨과 인터뷰가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면서 "날카로운 질문에 공격적으로 답변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가 인내심 있게 러시아 역사에 관한 긴 연설을 듣는 전술을 택한 바람에 나는 준비했던 일을 할 수 없었다"고 오히려 불평했다.
지난 8일 공개된 이번 인터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첫 서방 언론인 인터뷰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전쟁범죄 등 이렇다 할 송곳질문 없이 푸틴의 궤변에 끌려다닌 2시간이었다는 혹평에 휩싸였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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