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팔 구호기구 수장, 사퇴론 일축…"의혹조사 두달 소요예상"(종합)

입력 2024-02-14 22:30
수정 2024-02-15 06:44
유엔 팔 구호기구 수장, 사퇴론 일축…"의혹조사 두달 소요예상"(종합)

"중요한 순간에 배를 버리진 않겠다…UNRWA 해체는 재앙 부를 것"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UNRWA가 연계됐다는 의혹을 두고 진행 중인 조사가 2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직원 수가 1만3천여명에 달하는 UNRWA를 이끄는 라자리니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퇴론에 대해서는 "배를 버리지 않겠다"며 일축했다.

라자리니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UNRWA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으며 앞으로 두 달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조사에서 UNRWA 직원들이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부터 하마스 측과 정치적 유대를 맺는지, 무기 사용이나 터널 제공 등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모두 검토하면서 UNRWA가 이런 일을 어떻게 예방할지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는 유엔 구호기구로, 가자지구에서 학교와 의료시설, 기타 구호시설을 운영하고 인도주의적 지원품을 배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앞서 이스라엘은 UNRWA 직원 12명이 지난해 10월 7일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스라엘은 문제의 직원들이 단순한 사건 연루가 아니라 인질 납치 등의 범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가자지구 북부의 UNRWA 본부 건물 지하에서 하마스의 지하 터널이 발견됐다며 사진·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엔은 이 의혹이 UNRWA의 중립성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을 고려해 독립 조사단체를 임명하고 사실 규명에 나섰다. 카트린 콜로나 전 프랑스 외무장관이 조사단체를 이끌게 된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이번 의혹 규명과 별개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UNRWA의 피란민 보호 시설 등을 파괴한 행위에 대해서도 독립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 발발 후 우리는 가자지구 피란민 보호시설 가운데 150곳 이상에서 피해를 봤고 일부는 완전히 건물이 파괴됐다"며 "유엔 기구가 노골적으로 무시당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분쟁 종료 후 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마스 연계 의혹이 불거진 이후 UNRWA 해체론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근시안적 요구"라고 비판했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지난 20년간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에게 정부에 준하는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 기관은 UNRWA 외엔 없다"며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이며 UNRWA를 없애는 것은 또 다른 재앙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등이 주장하는 사퇴론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이날 스위스 방송사인 RSI와 인터뷰에서 "저는 유엔 사무총장에 의해 임명됐고 유엔 총회에 업무를 보고한다. 유엔의 어느 기관도 제 사임을 요구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 매우 중요한 순간에 처해 있는 만큼 배를 버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 연계 의혹이 불거지자 재정 지원을 중단한 유엔 회원국들을 향해 "UNRWA가 결국 무너졌을 때 공여국들은 그 위험을 진정으로 책임질 수 있는지 스스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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