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 또 어쩌나…이스라엘군, 칸유니스 최대병원에 대피령

입력 2024-02-14 11:03
수정 2024-02-14 16:34
피란민 또 어쩌나…이스라엘군, 칸유니스 최대병원에 대피령

"공격 임박한 듯…병원에 환자 등 약 8천명 있어"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군이 피란민 등 8천명이 머물고 있는 가자지구 남부 주요 도시 칸 유니스의 최대 병원을 상대로 대피 명령을 내려 병원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 병원은 가자지구에서 여전히 운영 중인 극소수 병원 중 하나로서 환자와 피란민이 밀집한 상태여서 이스라엘군이 공격할 경우 큰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이스라엘군은 13일(현지시간) 칸 유니스의 '나세르 메디컬 콤플렉스' 병원에 대해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의사 2명과 가자지구 보건부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의사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환자와 의료진에 한해 병원에 머물러도 된다는 확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한 의사는 이스라엘군이 무인기(드론)에 단 스피커를 통해 모두가 즉시 병원을 떠나야 하며 공격이 임박했다는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병원에서 달아나려던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해 일부가 숨지거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은 수 주전부터 이스라엘군에 에워싸여 있는 상태다.

이 병원의 외과의사인 칼레드 알세르 박사는 나세르 병원에 환자 등 약 8천명이 머물고 있으며, 팔다리에 부상을 입어 움직이기 힘든 중상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알세르 박사는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과 관련해 혼란이 있지만, 많은 의사·간호사 등이 짐을 꾸려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면서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나세르 병원의 수술실장인 나헤드 아부 타이마 박사는 지난 수일 동안 이스라엘군의 공습 지역이 병원과 더 가까워지고 공습에 따른 폭발도 더 격해졌다면서도 "우리는 환자를 놔두고 병원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발생한 화재가 이 병원의 의료장비 보관 시설로 번져 시설 대부분이 불탔다고 가자지구 보건부 대변인인 아쉬라프 알쿠드라 박사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병원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활동을 위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하마스와 병원들은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병원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칸 유니스, 특히 나세르 병원·알아말 병원 근처의 교전 격화가 의료진의 안전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11일 WHO 소속된 인력이 나세르 병원으로 접근하려다 막혔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에 "이 병원 근처에서 교전이 격화하면서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이 깊이 우려된다"면서 병원과 의료진은 언제나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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