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공습에 홍해 후티 위협 줄었지만…선박들 우회 계속
"공격 템포 낮아졌어도 위험 제거된 건 아니라는 게 선사들 판단"
후티, 홍해서 이란행 화물선에 미사일 공격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던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위협이 미국과 영국 등 다국적 함대의 공습 이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선박들이 홍해 대신 우회 운항을 택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군·영국군의 공격에도 후티 반군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까닭에 해운 기업들이 수에즈 운하로 통하는 홍해 항로를 통과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후티는 작년 11월부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때까지 해상을 봉쇄하겠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해왔다.
이에 미국은 홍해 안보를 위해 다국적 함대를 꾸렸으며 지난달 12일부터는 예멘 내 후티의 미사일 발사장 등 군사시설 등을 공습해왔다.
FT에 따르면 다국적 함대의 공습 이후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빈도는 실제로 줄어들었다.
지난달 26일 이후 눈에 띌만한 후티의 선박 공격은 4건에 불과했고, 지난 12일 이뤄진 이 무장단체의 미사일 공격은 선박을 타격하지도 못했다고 FT는 전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은 최근 영국 하원에서 후티 시설 폭격 이후 후티의 공격이 "덜 정교해지고 더 산발적으로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해운회사가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항로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거치는 항로로 돌아가고 있다.
영국의 해운 서비스 회사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일주일간 아라비아해와 홍해를 잇는 아덴만에 도착한 컨테이너 선박의 수는 작년 12월 상반기 평균 대비 92% 줄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운송 선박 수는 91% 줄었고 이 지역을 통과하는 전체 항행량은 73% 감소했다. 이 수치는 다국적 함대의 후티 공격 이후에도 선박들이 홍해로 복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FT는 진단했다.
이는 후티 공격의 빈도가 줄어들긴 했으나 선사들이 여전히 이 항로가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양 안전·위험 분석기업 세드나 글로벌의 존 가하간 회장은 다국적 함대의 공습이 빈번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후티의 능력을 저하시킨 것 같다면서도 "공격의 속도는 줄었지만 해상 운송에 대한 위협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가하간 회장은 후티가 여전히 선박을 공격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최근 공격이 줄어든 것은 부분적으로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의 예멘 해역 통과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틱해국제해운협회(BIMCO)의 야코브 라르센 해상 안전·보안 담당자는 미·영 연합군이 후티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라르센 담당자는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후티의 공격 능력은 감소했지만, 대부분의 해운 회사는 위협이 제거됐거나 무효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후티가 더 이상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하면 많은 해운회사가 아덴만과 홍해 통과를 재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또 공격 중단에 대한 확실한 신호 없이 후티의 공격이 멈출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더 나중에야 많은 선박이 통과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덴마크의 해운회사 노르덴의 얀 린드보 최고경영자(CEO)도 후티의 공격이 장기간 중단돼야 선사들이 홍해 통과를 다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후티는 홍해에서 선박 공격을 이어갔는데, 이례적으로 이란이 목적지인 선박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후티 반군이 12일 오전 3시 30분 마셜 군도 선적의 그리스 선박 MV 스타 아이리스호를 향해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옥수수를 싣고 홍해를 통과하던 이 선박은후티의 공격으로 경미한 피해를 입었지만, 항해가 가능한 상태이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선박의 목적지가 이란의 반다르 이맘 호메이니항이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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