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영화·TV 유통에서 유튜브 지위 넘본다
숏폼 선호 늘자 수십 개 클립으로 한 편 소비하는 현상 보편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유튜브가 틱톡의 세계였던 음악 유통 플랫폼 시장을 넘보고 있다면 틱톡은 비디오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숏폼 이용 인구가 늘면서 틱톡에 영상을 유통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17일 미국 매거진 버라이어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주요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틱톡 비디오 업로드는 973건으로 두 달 전인 10월(892건)에 비해 크게 늘며 같은 달 유튜브(772개)를 앞섰다.
주요 스트리밍 사업자에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프라임비디오, 파라마운틀플러스, 맥스, 피콕, 애플TV 등이 포함됐다.
넷플릭스는 틱톡 포스트(게시 기능)의 24%를 차지하는 등 틱톡 유통 스트리밍 콘텐츠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어 프라임비디오(21%), 맥스(21%), 피콕(15%) 순이었다.
숏폼 애호가들은 이미 틱톡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다. 수십 개의 짧은 비디오 클립으로 한 편의 TV나 영화를 소비하는 현상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숏폼 콘텐츠 상당수가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 영상이었지만 이제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틱톡 유통에 신경 쓰고 있다. HBO가 '소프라노스' 25주년을 맞아 86개 에피소드를 25초 요약 클립으로 변환해 유통한 게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파라마운트픽쳐스는 2004년 영화인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시켜 23개 클립으로 나눠 올렸고, 포스팅 후 15시간 동안 77만뷰를 기록했다.
틱톡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만난 케이스는 또 있다. 지난해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해, 월트디즈니컴퍼니는 틱톡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틱톡 이용자들이 디즈니플러스 콘텐츠와 ESPN, 픽사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게 했고 퀴즈 게임도 발매했다.
최근 미국 젊은 세대의 틱톡 충성도는 매우 강하다. 틱톡은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 플랫폼 중 하나다.
미디어연구소 다이렉트미디어랩 한정훈 대표는 "틱톡은 스튜디오들의 신작 홍보 플랫폼으로도 완전히 자리 잡았다"며 "틱톡에서 동영상을 보는 경향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이런 트렌드는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터블라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소셜 미디어 서비스(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에 올리는 포스트 양은 모두 늘었다.
특히 틱톡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1년 틱톡 클립 포스팅은 전년 대비 81% 늘었고, 2022년 74% 증가했다. 2023년에는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틱톡에서 소비되는 영상 콘텐츠들은 그해 신작들이 많지만 동시에 오래된 작품들도 많이 보인다.
한 대표는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홍보하면 스트리밍 서비스에 잠자고 있던 시청자가 오래된 시리즈나 영화를 발견하거나 재발견해, 새로운 세대 열성 팬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틱톡에서 TV와 영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는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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